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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연민 그리고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6-23 02:01 게재일 2014-06-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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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과 연민의 사전적 뜻은 이렇다. 동정은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 또는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풂`이라고 되어 있다. 연민은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이다. 사전적으로 `동감`이라는 의미에서는 두 말이 비슷하게 묶여 있지만 정서적으로 풍기는 뉘앙스는 서로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숲길 초입에 상수리나무 한 그루 가지가 부러진 채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치자. 최근 들어 비바람이 몰아친 적 없으니 자연재해는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나무둥치엔 대못 몇 개가 박혀 있다. 멧돼지를 잡으려고 그물을 치려다 그랬는지, 운동 기구를 설치한 흔적인지 연유는 알 수 없다. 길섶의 부러진 생나무는 오가는 등산객의 발길에 이리 치이고 저리 밟힌다. 둥치에 박힌 대못을 눈 여겨 보는 이조차 드물다.

동정은 널브러진 나뭇가지를 치우고 둥치에 박힌 못을 빼주는 행위를 말한다. 연민은 거기에다 감정이입이 되어 그 나무가 불쌍하고 가엾기 그지없는 맘을 일컫는다. 동정은 적극적 동감을 요구하진 않는다. `저 나무가 나가 아니어서 다행이야.` 라는 맘이 전제로 깔린다. 연민은 `저 나무가 곧 나여서 눈물이 나.` 라는 감정 상태이다. 동정이 실행의 의지에 바탕을 둔다면 연민은 마음의 발로에 영향을 받는다. 이 두 감정은 자신의 경험 안에서, 자신의 세계 안에서 대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사랑이란 감정과 비슷해 보인다. 따라서 이 둘을 사랑과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정과 연민은 사랑과는 구분되는 감정이다. 안타깝고 가여워서 나오는 행동과 마음은 잉여의 감정이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던질 수 있는 맹목의 감정은 아니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기만할 때 흔히 동정과 연민을 사랑으로 착각한다. 연민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온전한 사랑일 리가 있겠는가. 무엇을 위해 손 내밀 수는 있지만 그 무엇을 위해 다 던질 수 없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하면 동정하고 연민할 틈조차 없기 때문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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