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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 후보의 자진사퇴가 답이다

등록일 2014-06-23 02:01 게재일 2014-06-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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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문창극 총리 후보의 언행이 연일 언론의 중심에 서 있다. 어제 지인 8명이 모인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온통 총리 후보의 언행이 화제가 되었다. 크리스천 모임이지만 일제 36년의 식민지배와 6·25 전쟁까지 하느님의 뜻이라는 그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내리는 고통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긴 해도 모든 것을 하느님으로 뜻으로 해석하는 그의 편향된 역사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의 발언이나 글의 일부만을 가지고 그를 전부를 단죄해서는 안된다는 동정론도 일부 제기되었다.

인사 청문회제도 이래 여러 명의 후보가 낙마하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장상 후보가 노무현 정권하에서는 전효숙 헌재 소장후보가 지명 철회 요청으로 낙마하였다.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김태호 후보가 청문회 과정에서 자진 사퇴하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시의 김용준 헌재 소장, 안대희 대법관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가 세 번째로 낙마 위기에 처해 있다. 과거 총리 후보의 낙마는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비리의혹, 지나친 전관예우 등이 문제가 되었다. 이번 문 후보의 경우는 그의 교회 강연과 학생들의 강의가 문제가 되었다. 특히 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에 대하여 사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발언과 우리 국민이 게으른 DNA를 가졌다는 주장은 엄청난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이 같은 그의 발언 자체도 문제이지만 문 총리 후보의 이를 수습하려는 노력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위안부 문제에 관한 발언도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기 위함이라는 그의 해명은 일종의 변명으로 들린다. 특히 그가 후배 기자들 앞에서 안중근의사 관련 과거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거나, 과거 안중근의사 기념관에 헌화한 사진까지 제시하는 행위 등은 일종의 오기로 까지 비친다. 더구나 그는 야당의 사퇴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야당에게 물어 보라`고 하고, 자신이 수업 시간에 `친일이나 반민족`을 가르쳤는지 학생들에게 다시 확인해 보라는 등 감정까지 노출하고 있다. 이 같은 그의 언행은 청문회 강행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문제의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총리 등 공직 후보에 대한 인사 청문회 제도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그동안 청문회는 공직후보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후보의 신상 털기에 치중하고, 야당의 정치 공세의 장으로 이용되었음도 부정 할 수는 없다. 이번 문 후보도 개인적으로 보면 몹시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창극 후보는 현실적으로 자진 사퇴라는 용단을 내려야할 시점이다. 대통령이 총리 후보 철회라는 어려운 카드를 선택을 할 경우 그의 리더십은 또 한 번의 상처를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의 문 총리 후보 지명이후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도는 취임 후 긍정적이지 않고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문 후보를 청문회에 회부할 경우 국회통과는 사실상 어렵다. 당권 도전에 나선 서청원, 김무성 의원 까지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새누리당 초선 의원 5명까지 반대 의사를 표시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7·30 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당이나 청와대의 고민은 어느 때 보다 큰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문창극 후보가 자진사퇴의 형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자신의 입장 변명이나 청문회를 통한 자신의 명예 회복 보다는 후퇴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현명할 것이다. 현재의 청문회의 성격상 본인의 입장 소명보다는 또 다른 치부가 더 드러나 날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소신 있고 유능하다하더라도 이번 총리 기용은 적기가 아닌 것 같다. 그러므로 문 후보의 자진 사퇴는 자신이나 나라를 위해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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