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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드디어 변하고 있다

등록일 2014-06-16 02:01 게재일 2014-06-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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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중국의 신화사 통신은 북한의 주체사상 탑 옆에서 북한의 청춘 남녀가 양산으로 약간 가린 채 다정하게 키스하는 모습을 사진과 보도하였다. 김정은이 이설주와 다정하게 동행하는 모습이 북한 남녀의 애정 표현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해설까지 곁들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는 아직도 봉건적인 가부장적 가치관이 온존하여 성은 개방되지 않고 있다. 여러해 전 북한의 대남 여성 사절단 대표로 왔던 여운형의 딸 여연구도 솔직히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 준적이 있다. 이처럼 북한 사회의 주민들의 의식은 아직도 남쪽의 개방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북한 주민들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 것은 엄격한 북한식 통제사회의 속성에 기인한다. 북한 당국은 주체사상과 수령 절대론이라는 통치 이데올로기를 교육이나 조직을 통해 강요하고 있다. 이들의 통치 이데올로기는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주민들의 최고 지도 지침이며 공식적인 생활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북한의 일반 주민들의 그들 지도자에 대한 충성은 변하지 않고 가히 절대적이다. 나는 `고난의 행군` 시 방북 길에서 수령님의 은혜를 말하면서도 눈물까지 글썽이는 북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처음에는 그들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으며 측은한 마음까지 들었다. 식량위기 등 경제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도 그들은 `가는 길 험해도 웃으며 가자`는 슬로건 하에서 수령에 대한 충성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집단 농장의 옥수수가 형편없이 말라 있어 안내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조합원들이 `위대한 당 방침`을 어겨서 수확이 적다는 말만 되풀이 하였다. 당의 간부는 북한의 식량위기는 미 제국주의 압박 때문이라는 듣기 이상한 해설까지 덧 붙였다.

그러나 오늘의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가치관은 과거에 비해 달라지고 있다. 그들은 당이나 지도부에서 제시하는 당과 수령을 위한 `공식적 규범`보다는 개인의 이익이나 성공을 위한 `비공식적인 규범`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지방 소도시에는 식량문제도 해결치 못하는 수령에 대한 비난하는 소리까지 들린다는 탈북자의 증언도 있다. 주민들 중 80% 이상이 이득이 많은 농민시장에서 장사하기를 원하고 있다. 대학의 선호도도 컴퓨터, 무역일꾼, 회계, 외국어 등 수입이 좋은 학과로 몰리고 있단다. 주민들은 누구나 당 간부나 보안성이나 보위 간부들의 부패를 목도하고 이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있단다. 다만 이러한 당과 체제에 대한 불만이 조직화 되거나 노출되지 않을 뿐 이다.

북한 사회에서 이러한 주민 의식이 변하고 있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며 역사의 필연이다. 북한의 늘어나는 종합시장은 생필품의 수요 공급의 공간일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정보 교환의 장소이다. 북한의 경제위기와 식량 기근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하여 정보는 날개를 달고 전파된다. 북한 주민들의 약 80%가 남으로 부터 불어오는 한류라는 바람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정보와 돈까지 북한 땅으로 전파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에 보급된 300만대의 휴대폰과 주민 120만 명이 남한 TV의 시청권에 접근한 결과이다. 탈북자 63%가 북한에서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1억대의 아파트 투기꾼이 있다는 소식도 있다. 북한 사회의 이러한 흐름을 보면서 공산주의 철학자 지젝의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혼 한다`는 역설이 실감 난다.

전 동독의 마지막 총리인 로타어 데메에지에르는 `독일 통일은 동독주민들이 결정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통일을 위해 새겨들어야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을 전개하여야 한다. 북한의 주민들의 의식 변화 없이는 북한 체제의 변화도 통일도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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