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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6·4표심을 정확히 알아들어야 한다

등록일 2014-06-09 02:01 게재일 2014-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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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예측하기 힘들었던 지방 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지방 선거 결과를 둔 평가와 해석은 분분하다. 선거를 앞둔 시점의 세월호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잘 방어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수도 서울과 중원권의 여당의 패배는 실질적인 패배라고도 평가하기도 한다. 야당 역시 여당의 악재로 인한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또 패배했다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한편에서는 야당에 대한 낮은 지지도에 비하면 성공했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여야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한 절반의 승리이며, 상처뿐인 무승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이 나라 지방 자치와 정치 발전적 측면에서 몇 가지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첫째,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여야가 적절히 주고받도록 황금분할을 해주었다는 점이다. 광역 단체장 선거는 8 대 9 로 야당이 약간 앞섰지만, 기초 단체장 선거에서는 여당이 과거보다 당선자를 많이 늘렸다. 야당이 중원인 충청도와 강원도 광역선거에서 승리한 반면 여당은 수도권인 경기인천에서 간신히 승리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의 결과는 여야 모두에게 새로운 각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이번 선거에서 세월호 등의 돌발 사태나 여야의 급조된 전략이 유권자에게 잘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선거전이 종반으로 갈수록 선거 패배라는 위기감 앞에서 여당은 결국 지방 선거인데도 `박근혜의 눈물`이라는 읍소카드를 구사하였다. 사실상 중앙 권력을 견제 규제하고 지방 자치를 도모하자는 지방 선거에서 대통령을 끌어 들이는 작전은 일종의 아이러니이다. 야당 역시 세월 호 사건을 선거전에서 마지막 카드인 `정권 심판 론`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양자 모두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데는 실패하였다.

셋째, 이번 선거에서는 상황이 급하다고 내건 네거티브 전략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도 보여주었다. 서울 시장선거전에서 여당 정몽준 후보는 초반여론에서 박원순 후보를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정 후보는 박 후보에 뒤쳐짐을 직감하였다. 결국 정 후보는 본래의 그의 이미지와 달리 서울 지하철 공기오염에서부터, 박 후보 부인의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심지어 농약 식자재 공급 등 등 무차별적인 네거티브전술을 폈다. 교육감 문용린 후보 역시 여론에서 밀리자 같은 보수층 후보인 고승덕 후보에 대한 자녀 관련 네거티브 전술을 폈다. 그러나 둘 다 성공하지 못하고 역풍만 맞은 셈이다.

넷째, 이번 지방 선거에서 고질적인 영호남의 일당 독점 지역 갈등 구조를 깰 수 있는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부산 시장 선거에서 야권의 오거돈 후보가 49.8%의 지지를 얻고 대구 시장선거에서 김부겸 후보가 40.3%의 지지를 얻었으며 그의 수성을 구에서는 여당 권영진 후보를 눌렀다. 이는 시장선거 역사에서 야권 후보가 얻은 지지표 중에서 최고의 득표율이다. 특히 대구에서 기초와 광역 의원 선거에서도 야권이 17석을 차지했다는 것은 대구의 `획기적인 변화`이며, 선거 혁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지방 선거의 결과를 통해 여야는 유권자의 무거운 표심을 정확히 읽고 이를 겸손히 수용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이번 세월 호 사건에서 드러난 총체적인 국가 부실구조를 걷어내기 위한 국정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대통령부터 소통부재의 리더십을 고치고 인적 쇄신부터 국민적인 신뢰를 얻어야 한다. 야당 역시 대안 세력으로서 능력과 비전이 부족하여 국민들로 부터 배척당하고 있음을 직시하고 정당의 체질을 개선하여야 한다. 결국 이번 선거결과는 여야 정치인 모두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경고임을 자각하여야 한다. 여야 모두는 대통령의 눈물이 아닌 좌절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명령임을 엄숙히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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