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두 돌부처
벗고 굶고 마주서서
바람비 눈서리는 맞을 대로 맞을망정
평생에 이별을 모르니 그를 부러워하노라”
-송강 정철의 `이별`에서
눈앞에 두고도 품지 못한 혈육의 생이별은 더 참혹 했을 것이다.
한국의 현대사는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눠 질 것이며 세월호 참사는 국민수준을 측정 할 수 있는 참담한 기회가 됐다. 세월호 참변은 왜 일어났을까. 그것은 한 줌도 안 되는 막강한 힘을 구사하는 일부 그릇된 공직자의 야만성에서 나왔다. 성장제일주의 신화에 따라 황금을 숭배하고 불법과 불의는 비켜가면서 책임을 떠넘길 줄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상부상조가 부패관행으로 고착된 결과물로도 비꼴 수 있다.
이번 참사를 보면서 코앞에 닥친 6·4 지방선거에서 어떤 사람을 찍을까. 막연한 의문이 생긴다. SNS에서 논란은 더 뜨겁다. 정치인이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의 첫 번째로 자리 잡은 것은 이미 연전 `행복세상`이 국민 천명에게 물은 결과에서 나와 있는 얘기다.
“우리집안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불효하는 사람에겐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 앞으로 이 운동을 친인척은 물론 이웃까지 적극적으로 펼치겠다”고 적은 네티즌도 있었다.
효불효(孝不孝)를 아는 사람이라도 찍어두면 좀 낮지 않을까 하는 답답한 국민들의 속마음이다. 우울한 거지 포스터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 관피아, 해피아로 대칭되는 사회 조직을 보는 시각이 여실히 나타났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 임하는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이 여러 갈래로 표현되고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 고민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관리들의 만연된 부패를 보고 조선의 패망을 예언했던 다산 정약용이 살았다면 어떤 사람을 목민관으로 추천했을까.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정조 임금 시절 병조판서와 지중추부사, 한성판윤을 지낸 권엄의 애민정신을 높이 들었다.
지금의 시장격인 한성판윤으로 재임시절 권엄은 왕실의 어의(御醫) 강명길이 왕의 과분한 은총을 등에 업고 마음대로 설치니 모두들 눈살을 찌푸렸다. 명길은 가을걷이 이후에 집을 비우기로 하고 많은 땅을 사들였는데 그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강명길이 한성부에 마름을 시켜 고소했으나 판윤은 백성을 몰아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몇 차례 고소했으나 권엄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임금이 이 소식을 듣고 불같이 화를 내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후일 크게 느낀 정조는 승지에게 “내가 생각해보니 권판윤의 행정처리가 참으로 옳았다. 아무나 못할 일이었다”고 했다. 모두가 판윤의 처신이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를 멀리하고 백성들이 겨울을 날 수 있게 해준 애민 정신이 돋보였다.
정조와 같은 명군에다 명신(是臣是君)이다. 세월호 참사로 한국 관료사회의 모순은 어느 정도는 드러났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국민은 권엄 같은 시장 군수, 도지사, 지방 정치인을 원하며 정조와 같은 대통령도 원한다.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에서 보면 민권 민생을 챙길 줄 아는 권엄 같은 명신을 칭찬하고 발굴할 줄 아는 임금이 필요하며 청렴하고 신념을 가진 리더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이다.
퇴임이후의 그 짧은 기간의 소득이 무려 11억 원에 이르는 인사가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 오른다고 하니 한국사회는 부(富)의 신화가 여전히 탄탄대로다. 4월16일 이후에도 한국의 현대사가 크게 변화될까하는 의아심을 여전히 놓지 않는 국민이 다수 일 것이라는 생각이 쉽게 떠나지 않는다.
성장 지상주의, 산업사회의 치적이 아무리 치켜세운다 해도 이번 참사처럼 근원적 뿌리를 제거 못하는 사회현상이 이어질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졸부국이라는 오명은 씻지 못한다. 그러니 이번엔 어떤 사람을 뽑는가는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