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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기뻐하기

등록일 2014-05-21 02:01 게재일 2014-05-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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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철학이 담백하면 자기 긍정 지수도 높다. 대개 천성이 밝고 명랑한 사람들이 그렇다. 그들은 앞뒤 재는 것이 없고, 이것저것 따지려하지도 않는다. 부정적인 면보다는 타자의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약점을 훑는 일보다 좋은 점을 먼저 발견해낸다. 언제나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한다. 비도적인 것이 아니고, 악행과 거리를 두기만 한다면 그 어떤 것과도 친구할 준비가 되어 있는 깨어 있는 자들이다. 그런 사람들 곁에 있으면 인간사 갈등도 피할 수 있을 것 같고, 괜한 흰소리 같은 자기검열도 필요치 않게 될 것만 같다. 긍정지수가 높은 이들은 타자와의 차이를 인정하는 선천적 센스가 장착된 사람들이다.

새치름한 자만심도 분주한 이기심도 없는 그들 곁에 있으면 착하게 사는 게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일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건전한(?) 방식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하여 누군가 제 삶의 리듬에 끼어들거나, 섣부른 충고라도 하게 되면 그것을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치명적인 실수나 기본적인 도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사안인데도,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하며 자기 식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면 가족이라 할지라도 부담을 느낀다.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수는 있어도 가치관이란 게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치관은 평생을 통해 시나브로 내 안으로 스며든다. 긍정적인 사람들은 그 어떤 방해꾼이 나타나더라도 자신이 가진 장점인 천성의 착함을 급격하게 버리지 않는다. 그것은 악행을 일삼는 이가 제 기질을 하루아침에 좋은 쪽으로 바꿀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삶의 철학이 담백한 이들은 타자가 아닌 자신에 솔직하다. 상대방을 존중하며 꼬아서 행동하지도 않는다. 실수는 하되 그것을 인정하고 바로 고치려고 노력한다. 말하기 전에 먼저 듣기를 즐기고, 약속한 것은 핑계 없이 지키려한다. 그런 사람들은 타자와의 차이를 받아들인다. 진심으로 그 차이를 기뻐하는 자들이다. 그들처럼 될 수 없다면 그들 반만이라도 따라잡자,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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