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정 권
산성비에 껍질이 얇은 알이었다
몇 날을 또 몇 날을 품어 주었다
감감무소식이었다. 속이 엉킨 실 뭉텅이 같았다
어느 날 아침이다
밤새 시를 지우다가 날이 밝아왔다
내가 남겨 둔 한 줄 끄트머리에서
노란 새가 한 마리 지저귀고 있었다
인간의 말이 아니라
새의 말로 지저귀고 있었다
나는 저 말을 잘 기르고 싶다
하지만 내겐 그 한 줄만으로도 족한 것 같다
어디다 발표할 게 아니고 잘 묻어 줄 시니까
숲에서 주운 새알은 하나의 생명일 수 있다. 인간이 그 새알을 품어보지만 새는 부화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인이 늦은 시간까지 시를 쓰다가 그가 남겨 둔 한 줄 끄트머리에서 노란 새 한 마리의 지저귐을 발견한다. 물론 실제의 새가 아니다. 시인의 상상력 속에 살아있는 고운 생명의 촉을 가진 새이다. 인간의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고, 한 줄 시로 발표하기에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한 줄 시가 바로 시인이 만들어낸 노란 새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