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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게 준 시 1

등록일 2014-05-20 02:01 게재일 2014-05-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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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정 권
뒤 숲에서 새알을 하나 주웠다

산성비에 껍질이 얇은 알이었다

몇 날을 또 몇 날을 품어 주었다

감감무소식이었다. 속이 엉킨 실 뭉텅이 같았다

어느 날 아침이다

밤새 시를 지우다가 날이 밝아왔다

내가 남겨 둔 한 줄 끄트머리에서

노란 새가 한 마리 지저귀고 있었다

인간의 말이 아니라

새의 말로 지저귀고 있었다

나는 저 말을 잘 기르고 싶다

하지만 내겐 그 한 줄만으로도 족한 것 같다

어디다 발표할 게 아니고 잘 묻어 줄 시니까

숲에서 주운 새알은 하나의 생명일 수 있다. 인간이 그 새알을 품어보지만 새는 부화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인이 늦은 시간까지 시를 쓰다가 그가 남겨 둔 한 줄 끄트머리에서 노란 새 한 마리의 지저귐을 발견한다. 물론 실제의 새가 아니다. 시인의 상상력 속에 살아있는 고운 생명의 촉을 가진 새이다. 인간의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들고, 한 줄 시로 발표하기에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 한 줄 시가 바로 시인이 만들어낸 노란 새인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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