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종 기
적적한 날씨여서인지
모두들 이마를 맞대고
사이좋게 살고 있었다
나도 안락한 삶을 살고 싶었다
비 오는 날에는 하늘이 녹아
지평선의 살결을 지워버린다
가지 않는 시간이 소문에 젖는다
구겨진 살벌한 여정은
어차피 시야보다 멀리 지나가버리고
내 종점을 찾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반쯤 허물어진 집에
황량한 나라에서 몰려오는 안개
숲과 땅은 지평선을 다시 만드느라
계획했던 낙향을 미루고 있다
이 시에서 지평선은 두 가지 의미로 읽혀진다. 그 하나는 넓고 길고 평평한 이미지를 가지고 안락한 삶에 대한 열망이고, 다른 하나는 이 세계의 바깥과의 접선, 혹은 경계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까 정주와 유동의 의미를 함께 가지며 공유돼있기도 하다. 안온한 대상이기도 하고 항상 그 너머에 대한 그리움이나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