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종류도 잘 모르고, 각각의 회 맛도 구분할 줄 모르는 나는 엄마의 그 서민적 미감을 그저 `익숙한 것에 대한 찬양` 정도로 치부하곤 한다. 다만 한 대상의 본질이 어떠한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엄마의 아나고회`를 통해서 깨칠 뿐이다. 한 주체가 애정을 가지는 것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당사자에겐 충분한 존재 이유가 되는 것이다.
연휴를 맞이하여 엄마한테 들렀다. 효도하는데 창의성을 발휘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어쩜 해마다 그리 똑 같은 매뉴얼의 효도법만 떠오르는지. 출발 전, 시장에 왔다며 뭘 드시고 싶으냐는 내 전화에 엄마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나고 회 한 접시면 된다고 했다. 이웃들과 나눠 드실 요량이다. 생선회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데 그것만 찾느냐고 핀잔을 해보지만 엄마의 맛과 추억은 요지부동이다.
친구분들이랑 마루에서 윷놀이를 하다말고 엄마는 우리를 맞았다. 앉은 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얼른 시댁에 가서 효도하란다. 당신은 건강하고 이웃과 재미나게 지내니 거동이 당신보다는 불편한 시어머니를 챙기란다. 건강하다고 저렇게 큰소리치는 엄마도 실은 성당에 갈 때 지팡이는 필수고, 서너 번은 쉬어야 도착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이 나이에 큰 병 없고, 자식 우애 있고, 정 낼 이웃이 있으니 더없이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용돈으로 드린 몇 푼의 절반을 한사코 아이들에게 돌려주신다. 차가 골목을 빠져나갈 때까지 대문 앞에 서서 손을 흔드신다. 울컥해지는 걸 참으며 나는 아나고 회 다 식겠다,고 창밖에다 대고 냅다 소리나 지른다. 깊은 손사래가 있는 모성 앞에서 흔한 아나고 회 같은 효도법이라니!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