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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한민국號의 침몰을 걱정할 때다

등록일 2014-04-28 02:01 게재일 2014-04-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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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 소년의 꿈은 부풀어 있었다. 친구들과 처음으로 가보는 제주도 여행길은 즐겁기만 하였다. 엄마가 사준 운동화는 가볍기만 하였다. 인천항 배 떠나는 장면까지 찍어 용돈을 준 아빠에게 SNS로 보냈다. 말로만 듣던 유네스코 지정 세계의 자연 유산인 제주도는 더욱 빨리 보고 싶었다. 이러한 소년 소녀들의 순박한 꿈은 지난 16일 아침 세월 호의 침몰로 무참히 끝나 버렸다.

어쩌다 이 나라에는 이런 대형 참사가 계속 반복되는가. 부모가 돌아가시면 청산에 묻지만 자식이 먼저가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바다만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피멍든 저 가슴을 누가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희생자의 유족뿐 아니라 전 국민적인 분도가 치밀고 있다. 승객을 팽개치고 먼저 탈출한 선장뿐 아니라 선원 15명 전원이 구속되었다. 파렴치한 선장을 종신형에 처하고, 관련 공무원을 엄벌하고, 사주의 재산 몰수만으로 세월 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이번 참사도 거시적으로 보면 결국 대한민국의 졸속 성장이 초래한 그늘이며 비극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해방 후 최단기간에`압축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자랑하였다. 올해 우리나라는 일인당 국민 소득이 2만6천불이 넘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겉으로 통계만 보면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며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다. 우리는 이미 인구 5천만 소득 2만불로 50-20 국가에 진입했고, OECD 국가이고 G20국가에 진입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그로인해 우리 모두가 선진국이 된 것으로 착각하기에 이른 분위기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경제적 민주화도 선진화도 되지 못한 요소가 너무 많다.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공격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찬찬히 들어다보면 곳곳에 문제점이 잠재화되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에 이르기 까지 제도와 관행, 운용과 행태는 아직도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사건도 선장이나 선원만의 책임문제가 아닌 대한민국호의 총체적 위기를 반영한 결과이다. 직무유기와 책임방기 현상은 어찌 세월 호 에만 있겠는가. 나라의 곳곳에 크고 작은`세월 호'와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책임의식 부재와 책임 전가 현상이 관행으로 굳어 있고, 서로 거미줄처럼 얽혀 터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고는 제2의 세월 호 사건은 반복될 수 있고 대한민국 호라는 큰 배가 침수될 수도 있다.

인간의 사고와 의식, 가치는 행태를 결정짓는다. 이번 사건이 인재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책임의식은 작은 약속이라는 지키는데서 출발하는데 그것을 방기한 것이다. 책임의식이 없는 사회에서 상호 신뢰나 준법정신은 자리 잡지 못한다. 어느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법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의견에 80%이상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한 곳에 편법이나 떼 법이 판을 치고 법치주의가 겉돌게 되어 있다. 이곳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한탕주의와 무사 안일주의가 독버섯처럼 공생한다. 여기에 마피아식 집단이기주의까지 편승하여 책임의식은 겉치레가 된다.

이제 대한민국호의 침수현상을 차분히 진단하여 그 종합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차제에 참사의 근원을 정확히 진단하고 종합적인 근절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책임이고 행정의 우선순위이다. 어느날 갑자기 돈을 벌어 졸부가 된 듯이 대한민국은 아직 후진적인 구조와 관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책임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만 두고라도 최소한의 책임감마저 방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곳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의 신인도, 청렴도, 사회 안전도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박 근혜 정부가 진실로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호의 침수를 막기 위한 종합적 안전 대책부터 수립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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