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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

등록일 2014-04-21 02:01 게재일 2014-04-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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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인 수
오, 달빛 비린내가 난다

이 달빛 언제나 청보리 냄새가 난다

달 뜨자 방울음산 꼭대기 불쑥 솟아나

방울음산 아래 가문 들녘 훤히 눕다

청보릿골 겹으로 깔고 달빛 덮고

달빛에 꿈틀꿈틀 청보릿대 비벼넣는

그런 일이여 그런 일의 땀몸, 찝찔한 비애여

오월 춘궁이 있었다

몸 팔아 새끼들 먹인 그 여자가 있었다

이 달빛어디서나 방울음산 세우고

산 아래 척박한 땅

그 풀빛 비릿한 눈물맛 풍긴다

이 시는 달빛과 청보리의 교접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는 특별한 발상이 중심 서사를 이루고 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대의 보릿고개에 얽힌 가슴 아픈 가난에 대해 언급하는 시인의 가슴으로 아련한 서러움의 물결이 덮쳐옴을 본다. 청보리가 익으려면 아직도 몇 고개가 더 넘어야하는 춘궁, 눈앞에 출렁이는 청보리를 두고도 겉보리 두어 되에 몸을 팔아야하는 이런 기막힌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 시인 곁에 가만히 서 보고 싶은 심정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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