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 현
두 손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고 있었지
누군가 정(釘)으로 바위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렸지
내 애인은 문을 밀고 바깥으로 걸어 나왔지
바위 속은 환했지만 바깥은 어두웠지
내 애인은 옛날부터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
흔히 돌을 다루는 사람들은 정으로 그 돌을 다스리고 깨뜨리면 그 속에 그가 기다리고 소망하는 본 모습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가 쪼아내려고 하는 진정한 모습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라 속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정성껏 돌을 쪼아낸다고 해도 그가 바라는 완벽한 이상은 찾아내기 힘들 것이다. 그 이상은 우리의 관념 속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그것에 대한 열망과 실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그것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인생의 보편적 진리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