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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의 손

등록일 2014-04-08 02:01 게재일 2014-04-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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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승 호
자다말고 긁어댔는지

열셋 어린 딸의 이마 벌겋게

손톱자국 부풀어 올랐다

가만 살펴보니 뾰루지처럼 돋아나는 여드름 서너 개

피부 밑 왕성하게 물줄기 퍼덕일 때마다

벅벅 긁는 맛은

얼마나 시원한 서릿발인가

두터운 외투가 좀 무거워 보이는 출근길

지하철 대형 스크린엔 남도의 들판

보리밭을 매는지 냉이를 캐는지

호미질 한창이다

날이 풀려가는 모양, 땅속에서

푸른 물줄기 퍼덕이나보다

가려우냐, 들판아

내 늙은 아버지를 또,

불러냈구나

들판은 고된 노동의 현장이면서 생성과 탄생 혹은 성숙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 들판에는 온갖 소리들이 혼재해 있다. 건강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들판은 스스로 소리의 난장과 그 소리의 주인공들이 펼치는 노동으로 깊어지는 공간이다. 그곳은 구체적 삶의 소리들이 재생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진득한 아름다움과 삶의 진액이 녹아있는 사투리가 오고가는 진지한 곳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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