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면 어떤 모임은 기다려진다. 자연스레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또 어떤 모임은 기다려지기는커녕 참석해도 별 재미가 없다. 소위 분위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누가 만드나? 사람이 만든다. 그때의 사람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서의 구분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스카 와일드 식으로 매력적인 사람, 지루한 사람으로 말할 수 있겠다.
매력적인 사람 곁에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고 엔도르핀이 솟는다. 반면 지루한 사람 곁에 있으면 불편하고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어진다. 이 말을 솔직하게 하면 이렇게 된다. 내가 타인에게 매혹적인 사람이 되면 모임 분위기가 좋게 느껴지고, 내가 지루한 사람으로 비치면 모임 분위기는 엉망으로 다가온다. 다행히 이런 감정은 상대적이다. 내게 매혹적인 사람도 다른 이에게는 지루할 수 있으며, 내게 지루한 사람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정서적 궁합이라는 게 있다. 궁합이 맞으면 재미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시큰둥해진다. 곰곰 생각하면 궁합이란 것도 결국 내 맘에 달렸다. 타자의 눈을 내가 관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타자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은 어쩌면 가장 정직한 내 본연의 모습일 수도 있다. 누구든지 웃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사람 앞에서 매력을 느낀다. 무표정하고, 배려심이 없는데다, 미련하기까지 하면 지루함을 느낀다. 두 범주로만 한정했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인간 유형엔 온 우주가 들어 있는 셈이다. 매혹적이긴 어려워도 지루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노력 없이 어려운 게 얻어질 때가 있던가. 오늘도 매진할 뿐.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