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늙어도 청춘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3-24 01:10 게재일 2014-03-24 19면
스크랩버튼
`꽃보다 할배`는 여타 예능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 그 이상의 것을 시청자에게 안겨 준다. 먹먹한 감동을 주는 것도 모자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유도한다. 제작진이 처음부터 거기까지 의도하진 않았으리라. 출연자들의 연륜과 개성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언행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그리 나쁘지 않은 정서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노구를 이끌고 배낭여행에 도전하는 자체도 대단한 일인데, 개별자 하나하나가 드러내는 캐릭터가 그토록 흥미로울 수가 없다.

어딜 가나 있음직한 투정 부리고 불끈하는 이, 무한 호기심에다 보기 좋은 웃음으로 제 낙관을 몸소 보여주는 이, 로맨티스트에다 티 나지 않게 타인을 배려하는 이, 나이를 잊은 듯 끓어오르는 책임감과 에너지로 직진 본능을 실천하는 이. 모두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고유한 캐릭터들이다. 각자 다른 개성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그들을 보면서 시청자 자신도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는 자가 훈련을 하게 된다.

타자를 제 입맛에 맞도록 고칠 수는 없다. 제 스스로도 변하기 어려운데 제 기준에 타인이 맞춰주기를 바라는 건 평생 해결하지 못하는 숙제가 되고 만다. 모든 타자는 자신이 마련한 기준의 행동 패턴을 따른다. 내가 마련한 그 기준과 다르다고 타자가 틀린 건 아니다. 다만 다를 뿐이다. 그들은 이미 이러한 기본 생활 철학을 다 알고 여행길에 오른 것 같았다.

특히 이순재 어른은 고대로 본받고 싶을 정도로 매번 명쾌한 어록을 생산한다.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서 대우 받으려 하고 어른 행세하면 늙어 버리는 거고, 난 아직도 한다 하면 되는 거예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쭉 가면 되는 거예요. 우리 나이쯤 되면 언제 어떻게 될 수 있다는 건 잊어버리고 주어진 대로 당장 할 일을 하는 거지요. 끝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나이 먹어도 의식이 주저앉지 않도록, 나이 먹더라도 대접 받지 않도록 늘 연습하는 것, 이것이 젊게 사는 비법이렷다!

/김살로메(소설가)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