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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3-21 02:01 게재일 2014-03-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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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상처이자 위안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가족에겐 오늘이 상처의 시간이었다면 내일은 위안 모드가 되곤 한다. 혼인과 핏줄로 맺어진 가족은 그 어떤 조직보다 허물없고 가깝다. 계산이 필요 없는 편안한 관계이다 보니 느슨하다 못해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부부 끼리는 간섭을 하게 되고, 부모 자식 간에는 잔소리와 반항이 교차한다. 타인을 대할 때의 조심성과 긴장이 사라지니 상처는 필연적이다.

가족 간의 상처는 물론 타인과의 그것에 비하면 오래 가지는 않는다. 가족이 주는 위안이 상처보다 더 큰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대개 아무리 친한 타자라도 가족만큼 큰 위안을 주지는 못한다. 한마디로 가족은 한 구성원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리 나쁘지 않은 요물이다. 상처와 위안의 근원인 가족은 보듬어 함께 갈 동지이다. 따라서 가족은 사랑의 대상은 될지언정 존경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연민이자 나를 비추는 거울인 가족을 존경한다고 말하면 어쩐지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덜 편한 사이라서 아직 그만큼의 거리감이 있다는 뜻으로 들리니.

한 노부인이 인도 여행을 하고 싶어 했다. 여행사에서는 노구를 이끌고 인도까지 가는 건 무리라고 말렸다. 그래도 고집을 피워 여행길에 올랐다. 아스람에서 위대한 스승을 알현하려니 줄이 너무 길었다. 사흘이나 걸리는 그 시간을 부인은 기다리겠다고 했다. 드디어 성스러운 문 앞에 도달했다. 스승과는 세 마디 이상을 나눌 수는 없다고 했다. 노부인도 그러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스승 앞에 엎드리는 동안 노부인은 가장 성스러운 자에게 팔짱을 낀 채 말했다.“여보, 그만 집에 가자.”

가족과 존경과는 생래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다. 밖에서 카리스마 넘치고 근엄한 사람도 집안에 들어오면 인간적인 가족 구성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몽테뉴도 말하지 않았던가. 하인과 가족에게 존경 받는 주인은 거의 없다고. 가족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연민과 사랑의 대상이어야 온당하다. 가족에게 존경을 바라는 건 어리석거나 우둔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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