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총림 동화사<BR><하> 묘법연화경 판·서각 대불사
팔공총림 대구 동화사는 대승경전의 꽃으로 불리는 묘법연화경 판각·석각 불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화사는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통해 국난을 극복한 것처럼 현 시대가 안고 있는 아픔을 묘법연화경을 통해 치유하기 위해 7만여 자에 이르는 경전을 판각하는 대작불사를 오는 2017년 3월 완성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시대적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한 자 한 자 온 정성을 기울여 판각을 하고 모든 불사가 완성되면, 통일 약사여래 아래 선체험관에 전시해 역사에 남을 기록유산으로 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화경으로도 불리는 대승불교의 대표 경전
7만자 판·서각 온 정성 들이는 `초유의 작업`
2017년 3월 완성해 기록유산으로 보전 계획
◇묘법연화경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줄여서 `법화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기본사상으로 하고 있다. 화엄경과 함께 우리나라 불교사상의 확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으며, 삼국시대 이래 가장 많이 유통된 불교경전이다. 이 경은 예로부터 모든 경전들 중의 왕으로 인정받았고, 초기 대승경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불경이다.
매우 넓은 범위에 걸쳐 여러 민족에게 애호됐던 이 경은 기원 전후에 신앙심이 강하고 진보적인 사람들에 의해 서북 인도에서 최초로 소부(小部)의 것이 만들어졌고 2차에 걸쳐 증보됐다. 우리 나라에서는 여러 종류의 한역본 중 구마라습이 번역한 묘법연화경 8권이 가장 널리 보급, 유통됐다.
7권28품으로 된 이 경은 그 전체가 귀중한 가르침으로 돼 있어서 어느 한 품만을 특별히 다룰 만큼 우열을 논하기 어렵지만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제25품 관세음보살보문품이 관음신앙의 근거가 돼 특별히 존숭을 받아 왔고 따로 관음경으로 편찬돼 많이 독송됐다.
또한 제11품 견보탑품은 보살 집단의 신앙의 중심이 되었던 불탑숭배 사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나라 다보탑과 석가탑 조성에 모체가 되기도 했다.
제16품 여래수량품은 영원한 생명, 근원적인 생명으로서의 부처를 체증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보살들의 새롭고 깊은 불타관이 반영돼 있다. 부처는 언제나 이 사바세계에 머무르면서 중생을 교화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성불하게 한다는 지극한 이상이 담겨 있고 이것이 우리 나라 법화신앙의 근거로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 법화경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으로 평가되고 전승된 것은 회삼귀일사상(會三歸一思想)이다. 삼승(三乘)이 결국은 일승(一乘)으로 귀일(歸一)한다는 이 사상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해 성문(聲聞)과 연각(緣覺)과 보살(菩薩)의 무리들에게 맞게끔 갖가지의 법을 설했지만, 그것이 모두 부처의 지견을 열어 보이고 깨달음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 시방불토(十方佛土)에는 오직 일불승(一佛乘)의 법만이 있음을 밝힘으로써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묘법연화경 판각
묘법연화경 판각은 한문과 한글 8만자와 변상도, 팔상성도, 사천왕상을 목판 1장에 108자씩 총 6만9천296자를 새기는 황금경판 판각으로 조성한다.
기획도감은 법희 스님이 맡았으며 각수는 무량·종각 스님, 매산 임길선거사가 맡았다. 은행나무 위에 해인사 재조대장경 인경본을 저본으로 수정 판각하며 2017년 4월 완성할 계획이다.
경판 한 장당 가로 6자, 세로 18자 등 총체적 번뇌를 나타내는 108자를 넣어 인간존재의 18계를 육바라밀 수행으로 모든 번뇌를 소멸해 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표현하게 된다. 가로 19m, 세로 2.25m, 가로 108장, 세로 6장으로 구성한다.
판각에 필요한 나무는 전남 순천 선암사 장경각 주변의 은행나무를 주로 썼다. 수령이 100년 이상된 재료를 엄선해 치목 후에 서너번 쪄서 말리기를 해, 1년이상 방치해 둔다. 결을 따라서 쓸부분을 취하되 목심과 목피부분은 잔재처리하고 규격에 맞게 일정하게 켠다. 전체 약 640여장이 들어가기 때문에 규격을 0.5mm 이내로 치수관리해야 한다. 쓸 재료가 준비되면 판각 원본을 목판에 붙여서 판각하기 시작한다. 어려운 점은 팔만대장경 목판본 보다 글자 크기가 작아서 정밀 판각기술과 글자가 살아서 움직이는 서체를 고집하다 보니 작업이 고난도 판각 기법을 요구한다. 인쇄본이 아니라 글자그대로를 보이는 황금경판을 제작하기 때문이다.
판각이 다되면 글자표면을 마금질 시키는 1차 작업이 시작된다. 글자가 작고 정밀하다 보니 탈각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수평을 잡아 평평자를 통과하면 다음은 1차 생옻칠에 들어 간다. 점도와 입자가 고운 생옻을 순정해 습도를 75% 정도로 맞추고 얇게 수작업한다. 2차와 3차작업은 숙련된 장인들의 손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7차례 칠 후에 건조시킨다.
다음 작업은 금박을 입히는 작업으로 들어간다. 손의 지문을 사용할정도로 일일이 한 자 한 자 옻을 발라서 금을 입히게 된다. 마감질을 한 후에 황금활자를 검수해 한 판이 완성되는 것이다. 또 완성된 것을 벽면에 부착시키는 일도 고도의 기술과 장인들의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 모든 전 과정을 스님들과 장인들의 손에 의해 불사하게 된다.
◇묘법연화경 석각
묘법연화경 석각은 하이퍼 전각 기법으로`일심관불(一心觀佛)`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3월부터 제작하고 있다. 서각가 조성주씨가 가로 20.5m, 세로 2.4m, 약 5t 규모로 컴퓨터 그래픽 및 수 설계 했다. 법화경 전7권 한자 본문 7만자를 석각하고 한글 언해본 1만자를 양각한다. 총 8만자를 음양각하는 것이다. 탱화 작품으로는 팔상성도와 변상도, 사천왕 등 20여점을 그려 넣을 예정이다. 오는 2017년 3월 완성을 목표로 중국 천연 연옥을 사용하고 있다. 청오석 종류로 묘법연화경 작품에는 세계에서 최초로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법화경 본문 약 7만자는 위비체 해서로 석각 하는데 모두 수작업을 한다. 중앙 부분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기획 디자인해 본문 3만5천여자를 새겨 넣는다. 테두리는 석각으로 4면으로 한다.
탱화는 모두 수작업으로 하며 위측 좌우에 그려넣는 8상성도는 가로 1.2m, 세로 0.6m, 하단 전체에는 법화경 전 7권을 변상도로 그려넣는다. 가로 0.96m, 세로 0.48m 규모다. 좌우단은 사천왕도 가로 0.72m, 세로 0.96m 규모다.
대제(大題) 묘법연화경(法蓮華經) 제목은 가로 0.48m, 세로 2m 규모, 예서체로 양각하며 좌우 법어새김 부분은 행서체로 묘법연화경 본문에서 발췌할 예정이다. 좌상단 전각은 대제목을 회화 화 시킨 뒤 초대형 전각 작품으로 배치하고 좌측 끝 하단에는 작품후기를 새겨 넣을 예정이다.
작업기법은 하이퍼전각 기법과 탱화부분에는 입체설치 방식을 쓴다.
이 기법은 작가가 오랜 시간 연구 개발해 세계최초로 1차 발표한 바 있는 정밀석각방식으로 작품의 내면에 글, 그림, 도장, 디자인, 판각 등 동 서양의 여러 미학적 요소가 내포돼 있으며 이는 한국 불교 1천600여년 역사 이래 최초로 시도한 석각미술품으로 한국 불교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12년 5월에는 인사동 소재 한국미술관 1차 발표전시회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로써 국가인증기관 한국기록원으로부터 대한민국 최고기록으로 공인 등재됐다.
묘법연화경 판각·석각 불사에 기획도감을 맡은 법희 스님은 “앞으로 이 하이퍼 전각 법화경 벽화작품이 완성됐을 때 작품의 기법이나 규모 면, 장엄미 등에서 또한 세계 초유의 작품이 탄생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아울러 세계기네스북에 등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달성/박중석기자 jspar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