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로마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14~18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번 교황의 한국 방문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에 이루어지는 경사이며, 그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방문 행사 일정에는 한국 가톨릭교회가 신청한 124위 시복식 주례, 대전의 제 6회 아시아 가톨릭 청년대회 참석, 청주의 꽃동네 방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교황을 초청했지만 이번에 한국 방문이 결정된 것은 한국 가톨릭계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경축할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취임 일주년을 맞이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럽출신이 아닌 아르헨티나 출신 사제로서 빈민 사목에 주력하다 전격적으로 교황으로 선출되신 분이다. 그는 1960~70년대의 남미의 군사독재 시절 한계 상황에 몰렸던 남미 빈민들의 대부 역할에 충실하였다. 특히 교황 취임후 가난한 이웃과 약자에 대한 친서민적인 행보는 전 세계인들에게 신선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는 바티칸 광장의 운집한 군중 속에서 장애 어린이에게 입을 맞추고, 노숙자들과 식사를 나눈적이 있다. 그는 행사시 일반 승용차를 이용하고, 바티칸의 관용여권 대신 아직도 아르헨티나 국민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취임 후 그는 “약자와 정의를 위해 행동하라, 교회가 흙 묻히는 걸 주저말라”는 메시지를 통해 교회 개혁의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사실 오늘날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세속이 교회 안으로 침투한 모순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 구조를 비판하면서 경제적 약자를 위한 교회의 실천적 사명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왜곡되고 부패한 자본과 정치권력, 세속 교회가 겸허히 수용할 대목이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의 모순된 지배 질서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 해방 신학적 입장의 신부들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한 그의 호소는 예수의 참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임 염 수정 추기경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교황의 방한을 국가적 행사로 준비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교황의 방한이 가톨릭교회 수장의 단순한 사목 방문 이상의 외교적 정치적 함의가 크기 때문이다. 사실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일 뿐 아니라 면적 0.44㎢, 인구 약 1천명의 바티칸 시국의 국가 원수이다. 그러나 세계 177개 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8억 가톨릭의 대부인 그의 국제적 위상은 어느 강대국 국가 원수에 못지않다. 그로 인해 그의 방한은 전 세계 매스컴을 통해 한국의 국가적 위상을 한층 높일 것이다. 결국 교황의 한국 방문은 한국의 국가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외교나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황의 한국 방문의 정치적 외교적 함의를 차분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세계의 마지막 분단국인 한국을 찾음으로서 한반도 주변강대국들의 긴장완화뿐 아니라 남북 간의 화해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교황의 이번 한국 방문이 아직도 막혀 있는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되고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참된 화해와 협력의 가치를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의 명동 성당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기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8월14일의 교황의 방한은 앞으로 5개월이 남았다. 우리는 교황의 한국 방문이 단순한 종교적 차원을 넘어 분단의 현실과 종교의 현주소를 정확히 진단해 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교황의 한국 방문이 분단의 모순과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의 방문이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이 있는 곳에 평화`를 기도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메시지가 이 땅에 넘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