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경
제 손끝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한 슬픔의 끝을 보고 있는 것이다
몸이 남아 있으므로 살아야 하는
모든 것들의 감금과 슬픈 노동을
나무는 필사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보고 있는 동안
옹이진 손끝에서
움찔움찔
마침내 날개를 접은 새 움이 돋는 것이다
나무는 파랑새가
어디서 왔는지 묻지 않는다
그것이 뭉툭한 가지에서 돋아난 건지
필사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살짝 날아 앉은 건지 묻지 않는다
시인은 영원의 시간 속에서 매년 재생되는 존재의 양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서 차오르는 생명감에 대한 고요한 탄성을 내 지르고 있는 듯하다. 해마다 봄이 오면 새순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가을이면 잎새도 열매도 떨어져 앙상한 몸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에서 우리는 생의 한 이치를 터득하게 된다. 슬픔이나 아픔은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기쁨이나 행복도 늘 그렇지만은 않다. 덤덤하게 기다리고 버릴 때 버리고 비울 때 비울 줄 아는 우리네 한 생의 방식을 일러주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