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역사가 백퍼센트 진실을 담을 수 없을 바에야 거시적인 것만 다루지 말고 미시적인 것에도 눈을 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문적으로는 미시적 일상의 역사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역사 교과서에도 `하찮은 것들, 혹은 시시콜콜한 것의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보자는 것이다. 왕조 연대기나 전쟁사가 역사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역사 속 필부필부의 삶을 통해 간접 체험해 보자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역사 교과서에는 이런 사소한 일상의 역사가 많이 나오는 편이란다. 며느리를 얻기 위해 집안의 재정 상태를 까발리며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편지, 대중음악의 뿌리를 찾아 가는 음악적 여정, 담배나 스타킹의 기원 등 일견 하찮아 보이는 것들에 대한 것들도 역사적 시야 안으로 적극 끌어들인다. 한 유럽 교과서는 아예 비역사적 인물에 대한 장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이들은 집을 짓고 사랑하며 가족을 부양했지만 나폴레옹처럼 커다란 발자취는 남기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이들에 의해 세월은 흘러왔고, 그들의 삶에 의해 역사의 기반은 다져왔다.`
평범하고 하찮은 것들, 기록되지 않는 그것들이 역사가 아닌 것은 아니다. 위의 인용문 말대로 역사의 기반을 그들이 다져왔다는 것은 역사적 진실이다. 그것만으로도 서민의 일상은 그 어떤 역사보다 역사적 힘을 갖는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