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이었던 어느 날, 놀러 온 남편 친구들 중에 한 분이 짓궂은 말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 그때 내 표정은 관리가 되지 않았다. 거의 거의 울음보를 터뜨리기 직전까지 갔다. 어떤 내용인지 기억조차 없지만, 세상에 대한 내공이 아직 쌓이지 않은 순수한(?) 때라 뭐든 곧이곧대로 믿던 시절이었다. `시침 뚝 떼고 미끼를 던졌는데 덥석 물어줘서 재밌었다.`며 그 친구분은 그야말로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누군가 던진 미끼를 보고 미낀 줄도 모르고 고군분투하거나 부화뇌동하는 것보다 우스운 꼴은 없었다.
그때의 교훈으로 될 수 있으면 미끼는 물지 말아야지, 혹 물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하지 흥분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자기체면을 걸곤 했다. 하지만 눈치 없기로는 일등이고, 흥분 잘하기로는 이등인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여전히 잘 넘어지고 잘 깨진다. 부끄럽고 한심하다. 그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가관이다. 미끼를 던진 상대가 가해자라라는 생각 때문에 한동안은 분해서 심장이 벌렁거린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일은 결국 자신에게 귀결되지 않던가.
백 번 양보해 미끼를 던진 상대에게 일차적 잘못이 있다손 치더라도, 배르델 바르데츠기 여사의 저 가르침은 언제나 옳다. `자신의 예민한 기질도 그에 한몫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다. 미끼 던지는 대상과 마주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삶이 어디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기나 하던가. 피할 수 없는 함정에 빠져 흥분하게 되거들랑 자신의 예민한 기질이 그것을 자초했거늘 하고 다독일 밖에.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