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김한길이 제 3지대 신당 창당에 전격 합의하였다. 우리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껴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은 실망이 컸으며 여야 정치권에서도 일단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그에 대한 반응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를 뿐이다. 필자는 지난 대선 시부터 안철수 신당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 난을 통해 예측한 바 있다. 나는 당시 정치 신인 안철수가 대선 후보보다는 차라리 민주당에 입당하여 당을 개혁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그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6·4 지방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안철수가 이러한 선택을 한데에는 신당 창당과정의 `궁핍`이 크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서구식 다당제의 정치 전통이 일천한 한국 정치 현실에서 제 3신당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그 동안의 우리의 정치 현실이 잘 입증한다. 김한길의 민주당 역시 당의 쇄신을 그 동안 수 없이 외쳤지만 돌아선 민심을 반등시킬 수 없었다. 이러한 안·김의 위기 상황에 대한 공통적 인식이 신당 창당이라는 합의를 가능케 하였다. 안철수의 대권 재도전 의지와 김 한길의 당내 입지 재구축이라는 이해타산이 당대당 통합을 가능케 하였다.
이러한 안철수의 정치적 선택과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은 찬반이 교체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안철수의 이러한 선택이 지방 선거를 앞둔 `정치적 야합`이라고 비판하고 그의 `새로운 정치`는 결국 `구태의 정치`로 끝나버렸다고 폄하하고 있다. 여권으로서는 안철수의 신당과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통합에 다소 당황스런 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그의 선택을 대체로 환영하면서 민주당 개혁의 새로운 불씨가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와 비노, 중도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모두 이번 통합을 환영하지 않을 수는 없다. 민주당의 비당권파나 친노파 역시 안철수라는 정치신인을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고 포용할 필요는 있는 것이다.
안철수의 이러한 정치적 실험은 성공할 것인가. 아직도 흑백논리와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현실정치에서 안철수의 선택은 당내외의 많은 비판과 도전을 받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의 통합 신당 내에서의 정치력 발휘가 그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 할 것이다. 우선 안철수의 정치적 실험은 우선 6·4 지방 선거 결과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 실패할 경우 안철수는 당내의 입지는 합당 초기부터 흔들릴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선거의 패배는 곧 책임문제가 따르고, 당 개편을 통한 당권 교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 선거와 뒤이은 총선의 승패는 통합 신당뿐 아니라 안철수 정치의 시험 무대가 될 것은 더욱 분명하다. 그러므로 `안철수의 생각`은 선거라는 정치 현실에서 적용되어 정확히 검증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아가 안철수의 정치 실험은 2017년 대선전에서 궁극적인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다. 어차피 안철수는 야당의 대권 후보로서 당내 경선 과정에 참여하여 그 결과에 따라야 한다. 잠재적 대권 후보인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과의 대결은 불가피한 현실이 될 것이다. 안철수는 내심으로 지난번 대선 후보와 서울 시장의 양보의 대가를 두 사람에게 은근히 기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판에서 적도 동지도 없는 것이 냉엄한 정치 현실이다. 이를 대비하여 안철수는 신당창당 과정에서 부터 그의 정치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직 면에서 취약한 안철수가 야당의 복합적인 인맥과 계파 구조 하에서 자기 세력화를 얼마나 하느냐에 그의 정치적 운명이 걸려 있다. 이제 `안철수 현상`에 가려져 있는 `정치인 안철수`의 민얼굴을 보여줄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의 정치적 행보를 조용히 지켜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