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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개성공단

등록일 2014-02-20 02:01 게재일 2014-0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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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규식 포항 구룡포수협 조합장

동해의 어자원이 자꾸 고갈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500~1천400여척의 중국 어선들이 동해 북한수역에서 조업을 시작한 이래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 전반에 어획량이 감소하고 북한수역으로 이동하는 중국 어선들에 의한 어구훼손은 물론, 국가 간 체결된 협정을 무시한 무차별적인 불법 조업이 자행돼 수자원 고갈의 주범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어민들은 “우리만 법 지키고 자원보호하면 뭐하냐” 며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울타리가 없는 바다속에 북에서 남으로 회유하는 오징어를 북·중 어업협상에 의해 북한수역 안에서 어획을 해버리니 직접 감나무에 올라 가 감을 따야 할 자본과 기술이 있음에도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설상가상으로 선원의 고령화와 3D 업종으로 전락해 외국인 선원 없이는 조업이 불가능한 상태에 놓였고 그마저 잦은 이탈로 조업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시간이면 달려가 잡을 수 있는 수역이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1999년 체결한 한일어업협정으로 동해어장이 대폭 축소돼 그 타개책으로 연 100여척이 러시아 연해주 수역에 입어한지 14년이 흘렀으나 어획량 감소로 어장이 북상해 매년 상승하는 입어료와 원거리 조업에 따른 관리비용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런데 잠깐이면 갈 수 있는 동해 북한수역에서는 중국 어선들이 버젓이 조업을 하고 있으니 우리 어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 들어간다. 따라서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돼 조성된 개성공단처럼 이제 동해의 북한수역에 대규모 바다의 개성공단을 조성하면 어떨까. 과감히 제안한다. 우리는 어선과 선장, 기관장 등 면허소지 기술자를 제공하고 북한의 지정항에 기항해 북한 선원을 승선시켜 조업하는 것이다. 외국인 선원과 달리 단일 민족으로서 의사소통이 원활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안전사고의 위험도 감소시킬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또 외국인 선원의 잦은 이탈로 인한 조업차질도 방지할 수 있다. 입어료는 어획총량에 따라 협상으로 결정하되 선 지불하며 인건비는 외국인선원에 준해 지급하면 된다. 남의 나라 선원에 주는 것도 아니고 북한 어민들에게 지급하는 것 또한 남북화해의 단초가 될 것이다.

월선으로 인한 안보상의 문제는 동해 어로한계선의 몇 개 지점에 통항을 위한 `체크 포인트`를 지정해 그 포인트를 반드시 통과하도록 하며, 위치발신기를 장착해 어선의 이동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작업들을 사전에 북측에 알리고 준비한 뒤 시뮬레이션으로 제작해 차제에 정치적, 외교적 상황이 호전될 때 북한에 즉각 제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럴 경우 북한수역의 중국어선들을 몰아내서 무차별적인 쌍끌이 조업으로 인한 동해의 자원고갈을 차단하고, 동해와 러시아 연해주 수역에서의 불법어로와 어구훼손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근거리조업으로 경제성이 높아질 것이고, 우선 회유성 어종을 대상으로 한 신뢰가 구축되면 정착성 어종으로 확대해 나가면 어떨까.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고, 화해의 무드가 동해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바다의 개성공단은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는 또 하나의 경제협력 모델로서 남북 화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이 육지를 넘어 바다에까지 이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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