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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쌀

등록일 2014-02-13 02:01 게재일 2014-0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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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대 식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다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다 보면

쌀뜨물도 맑아진다

석유곤로 위에서 냄비가 부르르 부르르 떨고 나면

흰 쌀밥이 된다

아버지는 밥을 푼다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싼다

빛나는 밥 알갱이를 보며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죽어도 잊지는 않으리

털이 숭숭 난 손으로 씻던

하. 얀

어머니 없이 성장기를 보낸 시인에게 어머니의 빈 자리를 대신해 주신 아버지에 대한 정성과 사랑을 떠올리며 눈물겨워하고 있다. 이 시에 나타나는 아버지는 비단 이 시인의 아버지만은 아닐 것이다. 어렵고 힘든 시대를 건너며 어린 것들을 챙기고 먹이며 싸안고 들쳐업고 건너온 아버지의 그 살가운 사랑과 희생을 이 시를 통해서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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