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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등록일 2014-02-12 01:20 게재일 2014-0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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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 초

쪼그려 앉은 다리를 폈다 접었다 하다가 아예 무릎 꿇고 낫으로 반 뼘씩 잔디를 베며 땀에 절었다

반나절거리도 안 된다더니 솔 그림자 길어지도록 일은 굻지 않는다

무덤조차 없이 떠도는 혼백들에게 죄스런 낫질로 저녁놀 뭉개며 오는 땅거미까지 쳐내다 보니

지친 숨 너머 혀끝으로 찍어내고 싶은 초저녁별이 돋는다

거친 한 생을 살고 가신 고인의 무덤에 낫을 대며 시인은 그들의 삶을 떠올리며 미안해 하고 있다. 고작 명절이나 기일이 되어 찾아 벌초 성묘하고 내려가버려서 망자들에 대한 예우가 미안하고 죄스럽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무덤조차 남기지 못하고 떠난 혼백들에게는 더 죄송스러운 마음을 풀어내고 있다. 가만히 등성이 위로 떠오르는 초저녁별이 가슴에 와 박히는 시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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