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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독서의 계절

등록일 2014-01-17 02:01 게재일 2014-0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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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로타리코리아 발행인

세계적 부호이자 자선사업가인 빌 게이츠는 강연 때마다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 삶의 절반이 참고 견디는 일이다. 독서는 젊은 날의 스승이자 자칫 참지 못해 일어나는 실패의 잔인함을 막아 줄 인성도 함께 가꾸어 준다.

겨울방학이 낀 1, 2월은 신독서의 계절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처럼 난방이 잘 된 주거 환경에다 외부환경이 적당히 차단된 겨울이 가을보다 책읽기가 더 낫다.

2013년은 최근 10년 이래로 매출이 떨어져 문을 닫는 출판사가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책 읽는 독자의 수가 절벽을 타는 것처럼 떨어진다면 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은 책을 읽지 않기로 결심이나 한 듯 책과 멀리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가는 물론이고 서점이 고사한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책방이 한 곳도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영양군 등 4곳이나 되고 서점이 한곳뿐이어서 서점 멸종 위기 지역이 전국 249개 지방자치단체 중 30곳이나 되는 것으로 보도되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이런 사실은 도시도 피해가지 않는다. 인구 5만명당 서점 한 곳이 있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 출판 연구소 자료를 보면 1997년까지 5천407군데에 이르던 서점이 2011년엔 1천752곳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니 인터넷 서점의 득세를 감안해도 그 속도가 심하다.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책방이 사라진 거리에는 커피 집과 핸드폰, 미용실, PC방이 밀려들었다.

컴퓨터 스마트폰 SNS 등에 빠진 시민들로 인해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가운데 책을 가장 읽지 않는 나라이다. 이 정도 비교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요즘 비교하기가 가장 껄끄러운 이웃 일본과의 독서 인구는 16대1, 독서하는 수준차가 너무 심하게 드러난다.

공교롭게도 책과 관련이 깊은 노벨상 수상자는 17대 1이다.

500권의 저서를 남긴 다산 정약용은 74년을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까는 금방 짐작이 간다. 다산은 자신만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나 제자들에게도 기회만 있으면 책 읽기를 거듭 강조했다. “독서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이자 어려움이 닥친 시기일수록 독서가 폐족(廢族)을 탈출 할 길”이라고 타일렀다.

다산이 칭찬한 숙종 때의 문신인 백곡 김득신의 독서기는 1만번 넘게 읽은 고전이 수두룩하다. `백이전`은 하루에 100번을 읽는다고 처도 3년을 꼬박 읽어야 1억3천번을 채울 수 있다. 백곡에게 “읽다”는 장중하게 읽는 `동사`다. 소리 내어 읽으면 그 글은 몸에 배게 된다.

좋은 책을 사서 읽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과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것. 책속에 써진 지식이나 경험을 통째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고전이라는 창고에 빨대를 꽂아 놓고 지난시대의 사상이나 학문적 이론을 통째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독서의 위력이다. 책과 독서는 나의 영혼을 살찌게 하는 가장 훌륭한 반려자이다.

인터넷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아직은 종이책이 갖는 장점을 극복하지 못한다. 도시를 집어 삼킬 듯이 넘실대는 차량의 물결처럼 인터넷이 범람하지만 그 인터넷은 소통하고 짧은 지식을 사냥하는 데는 더없는 좋은 도구이다. 그곳에는 살벌함이 넘치고 지식만 가득한 공간일 뿐이다. 책을 마주하고 긴 겨울밤을 보내는 다정함이 그곳에는 없다고 할까.

책 대신 번들거리는 가구가 채워진 집은 정신적 풍요가 없을 뿐 더러 자녀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 것. 한 짬이라도 소리 내어 책을 읽고 외우면서 슬기롭게 험한 세상을 건널 지혜를 독서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제발 책 좀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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