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이 떨리고 소름이 돋았던 K-리그 클래식 마지막 경기를 잊을 수가 없다. 숨가빴던 90분! 피를 말리게 했던 4분의 인저리타임! 그리고 30초를 남기고 기적 같이 터진 결승골! 어떤 유명 작가가 드라마를 만든다고 해도 이렇게 리얼한 순간의 역사를 짚었겠는가!
지난 1일 울산 원정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둔 포항은 K리그 클래식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기가 막힌다는 표현 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경기였다.
하루 종일 가는 곳마다 축구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할 만큼 스틸러스의 우승은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더해주고 막힌 가슴을 확 뚫어 주기에 충분했다.
우승에 대한 꿈이야 있었지만 상대는 한참을 앞서 간 팀이었기에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으니 시민들의 흥분은 당연했고 그 쾌감은 배가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마지막까지 집중의 끈을 놓지 않은 스틸러스의 힘과 토종군단의 저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용병 없는 실험의 시즌을 준비했을 때 스포츠계는 물론 시민들마저도 축구명가도 이제 내리막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다. 시즌 초반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저러다가 말겠지 하는 회의적인 시각 또한,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스틸러스는 그러한 여론을 잠재우기라도 하듯 승수를 쌓아 갔고 마침내 FA컵을 거머쥐더니 결국은 시즌 챔피언이라는 자리까지 올라 버린 것이다. 그러니 모든 언론이 침 말라하고 신문의 활자가 커져가며 극찬을 쏟아 낼 수밖에 없었지 않았는가! 이러한 결과는 조금의 행운도 따랐지만 무엇보다도 오래 전부터 많은 투자로 유소년팀을 키워 온 뿌리 깊은 나무의 힘이라는 원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토종군단을 만들고 토종으로 팀을 꾸려도 되겠다는 조련사다운 감독의 야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침체로 모기업의 지원 또한 예전 같지 않아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것이 스틸러스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용병술을 발휘해준 감독의 지도력과 저투자 고효율의 경영철학을 실천한 장성환 사장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집념과 12번째 선수인 서포터즈 그리고 울산 문수경기장을 홈구장으로 만들어 버린 53만 포항시민들의 열정도 한몫을 했다. 이번의 우승은 스포츠 도시의 이미지를 굳건히 지켜 낸 보람을 느끼게 한 쾌거도 있었다.
스틸러스는 포항이 어려울 때 힘이 되었고 고비마다 희망을 주며 시민구단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또한, 포항이라는 도시브랜드를 이토록 아낌없이 알려주는 것이 스포츠에서 나왔다니 이것 또한, 기가 막힌다고 아니할 수 없다. 시민들의 세금을 지원하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늘의 결과에 지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한국프로축구 사상 첫 `더블 달성`의 기염으로 토하며 축구명가의 입지를 완고히 다진 스틸러스는 내년도에는`트레블` 달성을 목표로 아시아 전역에 용맹을 떨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거나 만족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성과의 기반위에 더 큰 목표를 세워 아시아를 넘어 세계와 겨눌 수 있는 클럽으로 만들어야 한다. 명문기업과 유명도시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기업과 도시이미지를 알리는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창단 40주년의 스틸러스는 이제 다섯 번째 별을 가슴에 단 만큼 성숙되고 역동적인 시민구단으로 그리고 명문클럽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