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하거나 현직에서 은퇴한 선배들이나 친구들이 주변에 부쩍 늘고 있다.
고교나 대학동창회 참석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한참 활약할 나이에는 동창회 참가가 부진했는데 이제 은퇴 후 옛 친구들이 그리워 동창회의 각종 모임에 열심히 나오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에서 은퇴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생긴다.
필자도 나이가 한국 대학에서의 정년의 나이에 가까이 가면서 한국의 정년제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이제 80을 넘어섰고 90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한다. 곧 100세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에 모든 인구학자들이 동의한다.
TV에 보면 80이 넘어서도 장수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명성을 떨치는 분이 있다. 이분은 전국노래자랑의 프로그램에서 30여년을 사회를 보면서 정정한 정력과 위트를 자랑하고 있다. 한번 젊은 사회자에게 맡겼다가 도저히 그분의 위트와 감각을 따라오지 못해 다시 사회를 돌려준 경우가 있었다.
단골로 토크쇼에 나오는 나비넥타이의 멋쟁이 명예교수인 신사분도 있다. 각종 토크쇼에 아직도 단골로 나와서 탁월한 유머감각과 달변으로 최고의 토크쇼 초청자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아직도 그분의 토크를 들으면 어떤 젊은 토크 초청자보다 재미있고 흥미롭다.
유명한 어떤 대학 여자 이사장은 80이 넘어서도 50대 같은 아주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분을 만나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전혀 나이를 느낄수 없다고 한다.
필자는 최근 한 모임에서 전 UN 대사와 교육부차관을 역임한 외교가의 베테랑이신 연세가 80세 가까이 되시는 분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이분은 현재도 신앙을 기반으로 한 많은 사회봉사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이분은 고급인력으로 사장돼서는 안되는 분이었는데 외교쪽의 다양한 경력을 활용해 해외교포들과 함께 세계적인 봉사활동과 국내에 거주하는 많은 외국인들을 여러가지 면에서 돕고 있었다.
이분의 말씀은 외교분야의 경우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은 후 본격적으로 일할 나이가 60세가 되는데 이때가 되면 모두 은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급인력의 퇴출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손실이라고 하면서 70이 가까운 나이에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반기문 유엔총장의 예를 들었다.
반 총장도 한국기준으로는 외교가에서는 은퇴할 나이지만 유엔총장에 선출되면서 맹활약을 하고 있으며 세계평화에 크게 공헌하는 모습은 고급인력 활용의 대표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급인력의 활용과 고급인력의 낭비를 방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나 연구소 정년을 늘리려고 하는 꾸준한 움직임과 함께 대학교수도 65세인 정년퇴직을 미국식으로 정년을 없애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작년 필자가 공부하였던 미국대학을 방문해 깜짝 놀란 것은 30년전 필자가 공부할 당시 있었던 교수들의 대부분이 아직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나이는 7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활기찬 학술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교수들이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다.
미국대학에는 정년이 없다. 자기가 스스로 판단해 정년을 정하고 은퇴를 한다.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될 때 자발적으로 은퇴하고 대학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말에 노인이라는 말은 영어로 old people이지만 미국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시니어(senior)라고 부른다. 시니어란 경험이 많고 지혜가 풍부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이제 우리도 시니어들의 사회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시니어들의 활용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인 것 같다.
시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지혜와 경험을 활용할 사회적인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각 전공분야에서 지식전달 및 사회적 봉사를 할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 확립이 필요하다. 시니어들은 노인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이끌어줄 지혜와 경험을 가진 시니어 분들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실히 자리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