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영 환
노을을 향하거나 아니면 땡볕 아래
가까워질 수 없는 간격을 두고 손을 잡았다
세상 사람들은 갑이 아니면 을이다
배부른 너는 갑이 되고
배곯은 나는 을이 되어
지극히 개인적 혹은 현실적인 입술로 탁자를 가운데 두고
서로를 속셈하는 눈빛을 가늠해 보았다
네 입가에 맺힌 미소는 엉킨 곁눈질에 들키지 않았다
색이 상반되는 두 얼굴로 불평등 생존협약을 체결하지만
흐르는 물결, 출렁거리는 파도 속에는 언제나
반은 갑이고 나머지는 을이어서
경계는 등거리에서 충돌했다
틈이 많은 갑과 을 사이 발자국이 아프다
최근 우리 사회에 이슈로 떠오른 말이 있다면 `갑과 을`이라는 말일 것이다. 사회학적인 의미가 깊이 깔린 이 말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과연 그 양분에 따른 경계는 이렇듯 냉혹하게 존재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등거리에서 수없이 충돌하는 그 가파른 관계들이 그 냉혹한 경계들이, 그 아픈 발자국들이 유화적으로 변하고 무너지고 치유되는 길은 없는걸까. 시인의 안타까움에 깊이 동의해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