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자 미
알아차렸을 때도 직진이다
이정표와 상관없이 직진이다
뒤돌아설 수 없다
그러므로 직진 직진이다
절벽의 길, 풍덩
허공을 밟아 두 눈 질끈 감고
악세레이터 밟아버린 호박 줄기
자살이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
저도 식겁은 먹은 것이다
가물어 마른 하천 바닥
아, 애호박 하나
한숨처럼 흘러나와 있다
도로 위로 방향을 튼 환삼덩굴도 분명 초보
초보운전자는 후진에서 진땀이 난다
마른 하천 바닥에 나뒹구는 애호박 하나, 도로 위로 기어가는 환삼덩굴, 길을 잘못 든 경우다. 어설픈 초보운전 탓이다. 비록 그 잘못 든 길이라 할지라도 시인은 직진하라고, 되돌아서지 말아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재밌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노련과 성숙에 이르는 길은 때로는 이러한 시련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터득되는 것이다. 두려움에 움츠리고 물러서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결행하는데 길이 열리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