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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등록일 2013-09-25 02:01 게재일 2013-09-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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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재 국
입꼬리를 잡아당겨 귀에 걸치면

내 몸은 한순간 날아가는 새가 된다

입술이 펼치는 날개 속에 내 정신은 기울기를 높인다

입술을 떼어 귀에 걸치고 세상을 본다는 건

파 -- 하고 한세상 무심히 치고 들어가는 일

대책 없이 내 속을 들추고 그 안에 쉬어가는 일

머리가 보고 싶어 하는 걸

눈이 거부한다면

눈이 본 것을 머리가 받아들지 않는다면

입술을 어찌 얇은 귀에다 올려놓을 수 있을까

두 입 끝이 올라가서 눈가의 꼬리를 만난다면

둥글게 둥글게 굴러가는 얼굴이 되겠다

속절없이 네 마음속 온전히 들어앉는 마음 되겠다

귀에다 입을 걸친 김에 한 말씀하겠는데

내 흰 이빨 콱 박힌 세상 한 번 달다

입꼬리를 올려 귀에 걸친다거나, 두 입 끝이 올라가서 눈가의 꼬리를 만난다는 것은 웃는 모양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다.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거나 웃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우리의 표정도 행위도 따라가게 마련이다. 이게 순리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불구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고, 웃기 싫어도 웃어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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