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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3-09-24 02:01 게재일 2013-09-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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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금 용
멀리서 바라볼 땐

담배 물고 어깨 웅크리고 앉은 아버지더니

어둠이 몰려드는 사랑방의 아버지더니

강 머리 베고 잠들어보면

쪽상에 우거짓국 하나 차려도

분주하기는 똑같은

한겨울에도 진땀 흘리시는 어머니더라

물고기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물새들에게

지나는 객에게 숟가락 쥐어주던 어머니더라

잠든 한밤에도 쉬지 않고

빗장 지른 문을 열고 길 떠나는 기차나

겨울나무 틈새를 비기고 들어서는 바람까지

등 두들기며 배웅해주는 어머니더라

강물에 빠진 하늘을 끌고

천형의 푸른 동아줄을 끌고 가는 오리처럼

자식들 다 떠난 뒤에도 집을 지켜내시는

내 아버지 어머니더라

천형(天刑)의 푸른 동아줄을 끌고 가는 오리 같은 분들이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이다. 자식들 다 떠난 뒤에도 집을 지켜내시는 분들이다. 강은 아버지처럼 역사와 상처를 가슴에 담고 흐르기도 하지만 어머니처럼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주고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을 불어넣어주기도 하는 존재이다. 늘 푸르게 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일깨워주고, 우리와 함께 꿋꿋이, 청청하게 흐르는 것이 강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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