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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등록일 2013-09-23 02:01 게재일 2013-09-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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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은
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나를 가두었던 것들을 저 안쪽에 두고

내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겠다

지금도 먼 데서 오는 바람에

내 몸은 뒤집히고, 밤은 무섭고, 달빛은

면도(面刀)처럼 나를 긁는다

나는 안다

나를 여기로 이끈 생각은 먼 곳을 보게 하고

어떤 생각은 몸을 굳게 하거나

뒷걸음치게 한다

아, 겹겹의 내 흔적을 깔고 떨고 있는

여기까지는 수없이 왔었다

담쟁이는 관념적인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가파른 직벽이라도 손을 뻗어가는, 끝없이 실천하는 존재의 상징이다. 우리는 시간과 중력에 지배받는 육신을 간직하고 있는 육체적 존재임과 동시에 이성을 가진 정신적 존재다. 시인은 사람도 관념적인 사랑을 경계하며서 실천이 따르지 않는 그 어떤 사랑도 공허한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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