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여행자인 우리는 순환하는 계절의 리듬을 타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폭염도 풀벌레 소리에 물러나면서 가을이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명절은 예나 지금이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즐거운 세시풍속이다. 특히 결실을 동반한 추석은 넉넉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명절이다.
귀성객들로 북새통이 된 역과 터미널, 도로마다 길게 늘어선 차량행렬, 친지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즐기는 모습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추석이 주는 소중한 정서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들판에는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들도 영글어 우선 마음부터 넉넉해진다. 예로부터 추석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여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떡을 빚어 나눠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일 년 열두 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이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덕분에 포항국제불빛축제와 칠포재즈페스티벌을 비롯하여 포항 곳곳에서 펼쳐진 다채로운 여름축제로 전국의 관광객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하지만 오랜 가뭄과 적조로 농어업인들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계속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철강산업의 하락이 지속되고 있어, 지역 경기는 크게 위축되고 이에 따라 추석을 맞는 서민의 주머니도 크게 얇아졌다. 넉넉해야 할 추석임에도 서민의 살림살이는 예전 같지 않아 장바구니가 가벼워졌다고들 한다.
지난 5일 포항시의회 의장단, 상임위원장단이 평소 온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복지시설을 찾았다. 예년에 비해 위문품이 확 줄어들었고 찾는 이도 뜸하다는 그분들의 말씀이 며칠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당신들보다 더 어렵고 소외된 분들도 많다시며 걱정하시는 모습에서 보름달 같은 넉넉한 마음을 엿보기도 했다.
추석은 결실과 나눔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명절이다. 어렵고 힘든 이웃, 홀로 사는 어르신, 고향 생각에 눈시울을 적실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곁에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생계 때문에 고향을 찾지 못하는 쓸쓸한 이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따뜻한 인정, 살가운 말 한마디를 건네고, 송편을 나누어 먹는다면 진정한 한가위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이번 추석이 우리 포항의 미래를 걱정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최근 철강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에 이상기류가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성장동력의 다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철강산업의 첨단소재산업으로 전환과 영일만항의 물류산업 관련 대기업유치가 포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그리고 162㎞ 천혜의 해안선을 이용한 해양관광실현이 우리의 희망이고 꿈이다. 다행이 최근 포항의 미래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되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울산간 고속도로, 동해남부선(포항~울산) 및 동해중부선(포항~삼척) 철도 등이 건설되고 있으며 영일대해수욕장에는 세계 최초 해상누각이 아름답게 들어서 해운대를 방불케한다. KTX 서울~포항 직결노선이 내년말 개통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고 기존의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산업 일변도에서 산업의 다각화를 위한 포항지역 리더들이 지혜 모으기에 나서고 있다.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포항이 갖고 있는 특성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타 도시와 차별화하는 성장정책을 수립해 이를 제대로 추진해 나간다면 포항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시민들의 삶도 한층 나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비록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변화의 몸부림은 포항이 발전하고 있음을 얘기하는 것이요, 시민들에게 먹고 살 거리가 생긴다는 의미며 곧 미래의 희망을 뜻한다.
이번 추석에는 지금 당장 삶의 고단함을 논하기보다는 다가올 미래에 펼쳐질 꿈과 희망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모두가 보름달보다 더 크고 밝은 한가위를 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