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교육재단, 창조경제 인재육성 새 비전 제시
오늘날 세계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창의적인 인재가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창의인재 육성방안`을 발표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는 자본과 단순한 노동보다 인간의 창의성 등을 활용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생산·소비하는 선도형 시스템인 만큼 그 핵심은 `사람`이라 할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시책을 앞장서 발표해 왔던 포스코교육재단이 이번에도 창조경제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행복한 학교의 목표는 글로벌 일류시민 양성
포스코교육재단이 10일 밝힌 새 비전 목표는 `글로벌` `일류시민` `행복한학교`라는 3대 키워드다. 이걸 합성하면 `글로벌 일류시민을 양성하는 행복한학교`가 된다. 교육도 변화해야 생존한다는 판단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재단이 추구하는 인재상은 글로벌 일류시민이다. 지역과 국가에 머무르지 않는 폭넓은 시야와 세계를 위해 헌신할뿐만 아니라 사회현안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솔선하는 리더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학생 뿐만아니라 교사, 교직원 등 모든 구성원이 대상이고, 행복한학교는 일류시민을 양성하는 공간이자 출발지다. 구체적으로 보면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각자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를 찾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준비하는 공간이어야 하고, 교사들에게는 학생 개개인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교직원들에게는 재단의 발전에 기여하면서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교사 못지 않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 행복한 학교의 핵심 내용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초등학교는 학생의 수준에 관계없는 획일적 수업에서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해당 수업 비중을 현재 0%에서 5년 이내 30%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중학교는 학교·학원에서 지시하는 방식대로의 학습에서 탈피해 자기주도적 학습으로의 변화를 도모해 5년 이내에 70%에 이르는 수업을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고등학교는 과목 선택권이 제한적이고 강의중심적인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이 선호하는 수업을 선택하는 학생 선택교과 비율을 5년 이내에 30%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는 방침. 특히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교사들의 업무수행시간(주 43시간 기준) 중 행정업무 시간을 기존 7시간에서 3시간으로 축소하고, 학생 지도·상담시간과 수업준비시간을 각각 1시간30분에서 2시간 가량 늘려 수업의 내실을 다지고,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인지해 문제 학생을 사전에 발견·치유한다.
□ 직원자녀 비율 2018년에는 58%에 머물 듯
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대 이후 수많은 교육정책의 변화과정을 겪어왔다. 1970년대 초까지 이어지던 고교 입시고사 체제는 지역 명문고가 높은 위상을 유지하는 데 큰 영향을 줬고, 1973년에 발표된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실시됐으나 결국 중학교 교육도 대학입시와 무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획기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후 1983년 과학고와 외국어고를 대변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가 설립됐고, 1989년에는 지방명문고 육성계획의 일환으로 해당 학교에 학생선발 특권을 부여했다. 이후 1997년 대안학교 학력인정, 1998년 국제고 설립, 2001년 자립형사립고 도입, 2008년 마이스터고 도입 등 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이처럼 수도 없는 변화를 거쳐 온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은 오늘날에 이르러 시험 일변도의 입시제도에서 입학사정관제 등 다양한 방면의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를 발굴하는 교육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그동안 설립 후 늘 차별화된 교육을 선도해 왔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각급 학교를 보유한 통합 교육재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차별화를 통해 입지를 구축하며 교육시책의 변화를 주도했던 것이다. 특히 포스코교육재단은 나름 특유의 교육 방식으로 지방에 있으면서도 우수한 학생 배출로 서울서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지금 포스코교육재단은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교육 환경이 너무나 많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가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 수 감소다. 아동 감소는 포스코교육재단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이는 공립학교와의 차별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사학재단에 공립학생들이 대거 포진하면 재단이 추구하는 교육시책대로 추진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따라서 재단내에서 어떤식으로든지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학생 숫자가 줄어들고, 포스코 자녀 비중이 적어지면 포스코가 매년 재단에 출연하는 지원금이 줄어 들테고, 이는 높은 교육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어 공립학교와의 차별화가 힘들어지는 만큼 이를 대신할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학생 수 감소는 재단 지원금 축소로 나타나 지난 10년간 정교사 신규채용을 하지 못했다. 명문사학재단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또 이는 교사 연령 고령화로 이어져 공립학교 대비 교장·교감 승진이 5년 이상 늦어지는`인사적체`현상으로 이어져 내부에서 불만이 적지 않다. 이번에 행복한학교 비전을 발표하면서 교사에 대한 사기진작책 등 많은 배려를 한 이면에는 그런 아픈 구석이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1999년 한때 1만3천468명에 이르기도 했으나 9월 현재는 8천469명에 머무르고 있고, 2004년 93%에 이르던 포스코 자녀 비율은 올 들어 67%에 그치고 있다. 재단은 이같은 추세로 이어진다면 오는 2018년에는 학생 숫자가 7천여명, 자녀 비율은 5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진일보된 교육 프로그램 차별화 및 교사의 역량 강화를 통해 명문사학으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포스코교육재단이 이번에 내놓은 새비전이다.
□ 새로운 비전 달성 위한 마스터플랜
포스코교육재단은 지난달부터 재단 및 학교 임·직원, 포스코경영연구소(포스리) 임원 등 48명으로 구성된 T/F팀(PMO(project management office)을 꾸려 국내 교육현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와 논의를 거듭했다. 그러면서 T/F팀은 비전 실행을 위해 △시기별, 사안별 우선과제 선정 및 업무지원 △K-12 통합 관점의 기획 및 예산편성 △교직원 변화 관리 실행체계 및 운영계획 마련 △KPI관리를 통한 계획 성공적 실행여부 관리 △교원 역량개발을 위한 연수프로그램 운영 △외부기관과의 파트너십 체결 등을 지향점으로 제시하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또 지난달 5일 광양제철고등학교를 시작으로 같은달 19일 포항제철유치원에 이르기까지 각급 학교별 임·직원 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재단은 이번 발표안을 앞서 살펴 본 교사 등 구성원들의 79%가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앞으로 자체적인 비전 추진의 한계를 보완키 위해 재단, 학교, 경영컨설팅업체, 교육전문컨설팅업체가 각자의 분야에 맞춰 업무를 분담할 계획이다. 먼저 재단은 교육보조인력 및 교사 등 신규인재를 채용하고, 교원 대상으로 새로운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울러 문화·예술 관련 분야 협력 및 학생 사회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한 외부기관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해 교육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전략 과제별 상세 프로그램은 각급 학교가 개발하고, 자녀교육법과 재단의 교육 방향성 공유를 위해 학부모교육은`학교별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업무`에 따라 수행한다. 경영컨설팅업체의 역할도 강화된다. 학교 평가 체계를 개선하고, 역량기반 리더십 선발을 위한 제도를 기획 하는 등 `조직 변화 관리 관련업무`에 치중한다는 것. 이와 함께 검증된 교재를 적용하고 다양한 교육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교육 전문 교재 및 노하우 요구 업무`에 도움을 줄 교육전문컨설팅업체가 나서 전체 교육 일정을 체크하며 지원업무를 맡는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경북지역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사학 반열에 오른 포스코교육재단이 새비전 교육을 발표하고 나섬에 따라 이 영향이 다른 학교에도 적잖이 미칠 전망이다. 실제 포스코교육재단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등 정권이 교체될때마다 새 정부가 제시한 교육정책에 맞춘 제도를 발표했고, 그 내용은 교육부뿐만 아니라 타 학교에서 벤치마킹 사례로 연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다른 학교에서도 어떤 식으로든지 시대에 적응하는 다양한 교육 방식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최고수준의 명문사학
포스코교육재단은 1971년 1월 재단법인 제철장학회라는 명칭으로 설립돼 같은해 9월 포항시 남구 효자주택단지 내에 효자제철유치원을 개원하면서 첫발을 내딛었다. 재단은 1976년 11월 학교법인 제철학원을 설립하면서 명문사학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한 이후 1970~80년대에 포항제철소가 있는 포항지역에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포항제철중학교, 포항제철고등학교, 포항제철동·서초등학교를 잇따라 개교했다. 또 1987년 5월 광양제철소가 준공되면서 전남 광양지역에도 광양제철유치원, 광양제철초등학교, 광양제철중학교, 광양제철고등학교 등을 세웠다. 특히 포항공과대학(현 포스텍)을 짧은 기간내에 세계적 대학반열에 올려 놔 주목받았다. 1995년 12월 제철학원으로부터 포스텍과 분리된 재단은 이듬해 3월 포철교육재단으로 명칭을 바꿨으며 2002년 9월 포스코교육재단으로 또 한 차례 명칭을 변경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재단은 2013년 현재 포항과 광양지역에 유치원 2곳, 초등학교 5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3곳 등 총 12개교를 운영 중에 있으며 포철고와 광철고는 지난 2010년부터 자율형사립고로 포철공고는 지난해부터 마이스터고로 지정·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2015년 3월 인천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자율형사립고인 송도고등학교(가칭)를, 2016년 8월 포항 지곡주택단지에 포항외국인학교를 개교해 명문사학으로의 부상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