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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사회

등록일 2013-08-20 00:47 게재일 2013-08-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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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요즘 국내는 원전비리사건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어느 사회나 비리는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의 국가적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리사건은 해외교민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한다.

두달간의 독일생활을 접으면서 정직성과 관련해 몇가지 감명을 받은 경험이 정직한 사회를 생각해 보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

처음 이곳에 도착해 전차를 타는 방법을 모를 때 50유로의 티켓을 사면 한 달 동안 전차, 버스 등 교통수단으로 모든 시내 및 일정한 거리의 시외까지 다닐 수 있다는 것을 한 교민이 알려줬다.

그 티켓을 끊어서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이 참 많았다. 우선 첫 시승때 전차 내에서 첫 시승임을 스스로 기계로 체크하게 되어 있다. 양심적으로 하도록 돼 있어서 승객이 첫 구입한 티켓을 언제부터 사용하는가를 스스로 신고하는 시스템이었다. 한 달 이라는 기간이 티켓을 발행할 때부터 사용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첫시승 때 스스로 신고 하도록 돼있는 인상적인 시스템이었다.

열심히 한 달 동안 학교를 오가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거의 한 달이 지나도록 전차, 버스를 탔지만 티켓검사를 한 번도 하는 경우가 없었다. 결국 승객들이 알아서 자기가 필요한 티켓을 구입하여 양심적으로 가지고 다닌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한 달이 다 지나가던 어느날 처음으로 조사원의 티켓검사가 시작됐다. 나는 속으로 아마 여러 사람 걸리지않을까 생각했다. 그건 한 달 내내 티켓검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단 한 사람도 티켓을 소지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또 다른 예도 있었다. 한 번은 배를 타고 인근의 마을로 여행을 하는데 배 안에서 음식주문을 받아서 커피, 차, 식사 등을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가격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청구서도 없었다. 속으로 아마 티켓값에 포함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배를 내릴때 쯤 되니까 각자가 알아서 식사비용을 계산해 주는 것이었다. 배에서 내리기전까지 여러 정거장이 있었고 화장실이나 갑판으로 가기 위해 자리를 여러번 떠났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대로 중간 정거장에서 내릴 수 있는 기회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음식값을 계산하라고 강요하는 직원도 없었다. 내리기 전에 알아서 양심적으로 계산하고 내리는 그런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보면서 가벼운 충격을 느꼈다. 과연 정직한 사회란 무엇인가를 실감했다.

우리 사회도 과거와 비교하면 많은 발전이 있었고 사회 곳곳에 정직성이 향상된 것도 사실이다. 공공질서도 많이 좋아졌고 준칙성은 나의 젊은 시절보다는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들려오는 크고 작은 비리사건이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지하철에서 장애인 입구로 넘어가며 무임승차를 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도 들어간다.

이곳 드레스덴에서 마지막밤을 1년에 한번 열린다는 `씨티여름축제의밤`에 한번 나가봤다. 수천명의 독일인이 음료수와 맥주를 마시면서 대형광장에서 독일의 고전음악부터 현대음악, 그리고 또 세계 각국의 음악연주를 즐기고 있었다. 춤을 추는 사람도 있고, 아이들과 함께 오락기구를 타는 어른들도 있고 함성을 지르는 청년들도 있는 시끄러운 축제였다. 그런데 갑자기 낯익은 음악이 내 귀를 강타했다. `강남스타일` 유럽의 크지않은 도시 이곳에서 `강남스타일`이 시티축제에서 울려퍼지고 독일인들은 춤을 추고 따라 부르고 있었다.

그 노래가 한국에서 온 노래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들 신나게 리듬에 따라 춤을 추고 있었지만 군중속에서 필자는 정말 신기하고도 즐거웠다.

몇일전 다녀온 체코 프라하는 주요 관광지에 한국의 삼성, 현대 등의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고, 멀지않은 곳에 현대, 기아자동차공장이 있다고 한다.

독일, 체코에서 스마트폰, TV 등은 한국제품을 정말 많이 볼 수가 있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한국의 위상에 맞게 이제 한국도 선진국 수준에 맞는 정직한 사회를 가꿔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도 우리 위상에 맞는 정직성을 좀더 향상시켜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곳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꼭 풀어야 할 숙제를 동시에 가지고 비행기 트랩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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