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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공구

등록일 2013-07-25 00:25 게재일 2013-07-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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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면 우
열일곱, 처음으로 손공구를 틀어쥐었다 차고 묵직하고 세상처럼 낯설었다 스물일곱, 서른일곱, 속맘으로 수없이 내팽개치며 따뜻한 밥을 찾아 손공구와 함께 떠돌았다 나는 ---천품은 못되었다 삶과 일이 모두 서툴렀다 그렇다 그렇다 삶과 일과 그리고 유희가 한 몸뚱이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나는 머리칼이 잔뜩 센 나이 마흔일곱에야 겨우 짐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아주 오래 움켜쥐고 있으면 쇠도 손바닥처럼 따스해지고야 마는 듯

초등학교 이학년 아이에게 공구세트를 선물했다 지퍼를 당기는 손이 가볍게 떨고 바로 그 때 아이의 탄성처럼 은백의 광채가 그곳에 떠도는 것을 나는 처음이듯 보았다

시인에게 손공구는 생업의 도구를 넘어서 우화등선의 존재처럼 날개를 달고 시인과 함께 생을 건너는 반려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게 되었다. 직업이라는 도구와 자주 불화하며 갈등하는 우리에게 진정한 화해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로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깊고 크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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