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도록 항공여행 하지말아요. 우리나라 항공기가 추락했다고 하네요”
갑자기 이곳 독일로 한국에서 친척들로부터 문자가 날아온다. 유럽내 주요도시를 항공편으로 여행해야 하는 필자를 걱정하는 모습이 고맙게 느껴진다.
며칠전 아시아나 항공기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추락한 사건은 이곳 외신에서도 계속 화제가 되고 있고 주요일간지에 대서특필되었고 사망한 중국여학생의 눈물어린 이야기가 뉴욕타임즈에는 특집으로 나와 있다. TV 방송에서도 매 시간마다 보도하고 있다.
우리가 잊고 있을지 몰라도 사실상 각종 항공사고는 전세계적으로 끊임없이 있어왔다.
30여년전 세계 항공사상 최악의 사고인 네델란드항공기와 팬암이 충돌하여 600여명이 사망한 사고를 비롯하여 단일항공기 사상 최대의 500명 인명피해를 낸 일본항공의 후지산 추락, 대한 항공의 괌추락 , 중국항공의 김해추락 등 조종사 과실에 의한 사고는 끊임 없었다.
또한 83년 소련에 의한 대한항공 미사일 피격, 북한의 KAL기 격추사전 등 테러에 의한 격추사건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로 인해 항공기를 타지 못하는 고공공포증 환자도 꽤 많다. 북한의 김정일이 기차만 타고 여행한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였고 아주 유명한 미국의 미식축구해설가는 그 넗은 미국대륙을 특수히 제작된 차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해설을 했다고 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한반도의 50배나 되는 미국에서 차로만 돌아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고 그 해설가의 고공공포가 얼마나 심했는지 상상이 간다.
필자도 학위를 받은후 직장 인터뷰를 위해 미국내를 돌아다니던 시절 두달간 30여차례 미국내에서 비행기를 타면서 상당한 공포를 느낀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소형 프로펠라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는 경우나 번개를 뚫고 착륙하던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항공여행은 불안 한건가? 여기에는 통계적 분석이 필요하다.
미국 내에서 뜨고 앉는 항공편은 한국의 100배가 넘는 하루에 4만회라고 한다.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는 10만회쯤 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일년에 3천만번 이상 비행기가 뜨고 앉는다고 보면 계산은 쉽게 나온다. 추락사고의 확률은 아마도 지상의 교통사고나 열차사고, 해상운송 사고보다 훨씬 적다는 걸 쉽게 이해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교통에 대한 공포증보다 고공공포증이 더 심하고 비행기를 안타려는 사람들의 꽤 많은건 왠일일까?
그건 확률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이 느끼는 공포는 사고의 확률과 사고가 났을 경우의 공포의 곱셈으로 나타내진다. 항공사고의 경우 확률은 작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거의 전원이 사망하는 관계로 공포가 훨씬 크다. 따라서 사고의 확률은 적지만 사람이 느끼는 공포는 매우 큰 것이다.
공포는 개인마다 다르다. 그걸 개인의 공포지수라고 한다면 공포지수는 도박에서 말하는 쾌감지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겼을 때 오는 쾌감지수가 남보다 높기 때문에 도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공포지수가 높은 사람은 사고가 났을경우의 공포가 다른사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고공 공포증을 갖게되는것이다.
이번 아시아나 추락 사고로 항공여행객의 숫자가 잠시 줄수도 있고 해당 항공사는 일시적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사고가 항공사고의 안전을 환기시키는 계기는 되겠지만 여전히 항공여행은 지상교통보다 불안한건 아니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통계적인 결론이다.
물론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각 항공사들은 항공기정비, 조종사 및 승무원 훈련강화 등 여러가지 운영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한 개의 국가처럼 좁아지는 글로벌 시대에 항공여행은 피할수 없는 교통수단이다.
필자가 설명한 통계와 확률이론은 절대 항공여행이 불안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다만 각자의 공포지수가 다르기 때문에 항공여행을 선택하는건 개인의 몫이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안전에 만전을 기하여 승객들의 공포지수를 낮춰 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