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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 단상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7-04 00:24 게재일 2013-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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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판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이 공개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들쳐볼 수 있으니 웬 횡재인가 싶다가도 솔직한 심정은 `이래도 되나`이다. 기밀사항인 정상회담록마저 온 국민이 열람할 수 있다면 자료가 공개될 것을 의식해 회담에서 깊은 대화들이 오갈 수 있을까 하는 기우가 이는 것이었다.

중편소설 분량보다 많은 대화록은 주로 노 대통령이 대화를 주도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화답을 하는 분위기이다. 방문객 입장인 노 대통령은 많은 의제를 쏟아내기에 바빠 보였고, 김 위원장은 회담을 의례적 행사로 보거나, 아니면 나이 탓인지 피로감 깃든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원본과 국정원이 공개한 이 전문이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다. 입맛에 맞게 약간의 윤색이 가해졌다 치더라도 그들이 주장하는 노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나 `굴욕적 외교` 운운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다만 민족자주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노대통령의 의욕과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이 자의적 해석의 빌미가 되고, 악의적 왜곡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대화록에 담긴 노 대통령의 모든 말이 옳거나 공감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국가원수로서 정상회담에서 할 수 있는 말들의 경계를 벗어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접대용 발언이라 해도 개성에 이어 해주까지 경제특구로 주려고 했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수위가 더 강도 높아 보였다. 북한에서야말로 이 회의록이 공개된다면 군부나 인민들은 굴욕적 회담이라고 성토하지 않을까 싶었다.

민감한 안보사항을 경제논리나 평화 무드의 해법으로 바라보려 한 것은 노 대통령의 과잉의욕으로 읽힐 수 있다. 그것이 보수언론들이 일제히 헤드라인으로 잡은 `NLL 바꿔야, 위원장님과 인식 같아`라는 사실상 NLL 포기 발언 맥락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소동이 국정원의 정치개입 국정조사 전 물 타기 전략이 아니기를 바라며 궁금한 이들은 회의록 전문을 읽는 것이 가장 빠른 답이 될 것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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