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가마처럼 생긴 찜질방에 해면체로 누워 있었지 그만 잠들었었지 어디선가 물속 같은 꿈이 왔었지 저쪽에 해사한 해파리 하나 올 듯 말 듯 너울대고 있었지 자세히 보면 양면 코팅된 당신의 얼굴이었지 질척대는 건 싫어 뽀송뽀송하게 살 거야 당신의 미소가 종이꽃으로 부서졌지 눈을 떴을 땐 내 혀가 없었지 마른 꽃향기만 입 안에 그득했지
말은 일종의 `립싱크`이다. 사물과 본질로부터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것이야말로 언어의 숙명이자 한계이기 때문이다. 시간의 폭력과 언어의 한계 속에서 생물로서의 꽃은 종이꽃으로 옷을 바꿔 입을 수 밖에 없다. 엄격히 말하면 이것은 일종의 단절이다. 그것을 극복하고 만유가 소통의 길을 획득해야한다는 논리가 이 시의 근본에 깔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