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봉엔 늘 상도동 봉천동 신림동의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논다. 어른들도 달려와 역기를 들고 평행봉에 오른다. 사자암 약수터를 찾는 노인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자못 부지런한 한 시민의 일생이 여기저기 눈부시게 펼쳐지는 것이다. 오리나무 아카시아 백야 도토리나무 등속이 무리를 이루거나 혹은 섞여서 적자생존이요 인공도태다. 어깨를 부딪히며 들어앉은 집 사이로 수많은 교회들이 십자가를 높이 달려고 안달이다. 가까이 공사 연병장이 보이고 청소년들은 사관학교에 진학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벼른다. 그러나 열 살 아이 박근중의 죽음은 너무 사소해 모른다. 전쟁놀이하다 포로로 잡혀 구두끈으로 목 졸린 사고의 의미에 대하여는 잊어버린다. 전쟁이 어떻게 놀이가 되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왜 하는지에 관하여는.
역사는 냉정하고 잔인한 것인지 모른다.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전쟁으로 이순간에도 고귀한 생명들이 무더기로 사라지는 것을 인류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며 역사는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전쟁놀이하다 죽음에 이르른 박근중이라는 아이를 상기시키면서 그런 비정함이랄까 무관심에 대해 냉소하고 있다. 항시 전쟁의 위험에 놓인 우리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