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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어깨동무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6-24 00:41 게재일 2013-06-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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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삶이여. 삶 그것은 바깥에 있다는 것 / 활활 타는 불꽃 속의 나 / 나를 아는 자 아무도 없다` 임종 때 남겼다는 릴케의 이 시구는 여행의 목적에도 맞춤하다. 왜 사람들은 저마다 떠나기를 꿈꾸는 것일까. 왜 누군가는 기어이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마는 것일까. 삶이란 내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바깥 어딘가로 향하는 속성을 지닌다. 그 밖을 넘보는 욕망,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활활 타는 불꽃, 그 정념의 뿌리를 찾아 우리는 떠나기도 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청춘인 여행객 셋. 둘은 쌍둥이 자매였고, 하나는 우연히 포항에서 같이 출발한 아가씨였다. 셋 다 직장 생활을 하는 커리어우먼이었는데 휴가를 내고 여행에 동참한 경우였다. 사회생활에서 터득한 지혜 덕이었을까. 어려보이는 외모와 달리 하나같이 성숙하고 사려 깊은 삼인방이었다. 흔히 기성세대들이 우려하는 젊은이 특유의 철없음도 없었고, 혼자만 잘났다는 이기심과 무관심도 발견할 수 없었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엄마 미소가 절로 나온다.

카드를 분실했다고 울먹거리다가도 위로의 말에 해맑게 웃던 모습, 약속 장소를 넘겨짚는 바람에 한참 숨바꼭질을 했을 때, 기다리던 우리는 그마저 소소한 재미로 생각했는데 어쩔 줄 몰라 하며 진심으로 미안해하던 모습, 귀찮을 법한데도 티내지 않고 환한 미소로 사진기 셔터를 눌러주던 밝은 심성 등 그들이 뿜은 매혹적인 아우라 덕에 여행은 한층 즐거웠다. 두고 온 걱정거리가 많은 주부들에게는 2주의 여행 기간이 적당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그들로선 못내 아쉽기만 하다고 했다.

바깥의 삶을 내 안으로 적극 끌어들이는 데는 젊음, 그것도 어깨동무한 젊음보다 나은 게 없다. 여행이란 꿈꿀수록 이루기 쉽고, 덜 심사숙고할수록 기회가 온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자. 한시라도 젊었을 때 경계로 상징되는 모든 것을 경험하자. 내 안에 머문 나를 밖에서 볼 수 있는 여행이 되도록.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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