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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태국에서 포항운하를 본다

등록일 2013-06-14 00:34 게재일 2013-06-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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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복덕 포항시의회 부의장

국민소득 700달러의 캄보디아는 가슴 아프고 슬픈 나라였다. 피의 내전으로 국명을 수차례나 바꾸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거리가 없고 배워도 쓸 곳이 없어 유학을 다녀오고도 파출부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앙코르와트를 통해 수많은 관광수입을 벌어들이지만 내전을 도왔다는 문서 없는 약정 때문에 수입의 대부분이 베트남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약소국가. 길거리엔 관광객들에게 동냥을 하는 어린이들과 섭씨 40℃가 넘는 뙤약볕에 갓난아기를 눕혀 놓고 구걸을 하는 아낙들이 일상의 모습인 나라. 살아서 사는 것이지 살 맛나지 않아 보이지만 행복지수는 어느 나라보다 높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캄보디아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강원도 크기의 톤레삽 호수에는 유람선을 타겠다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호수는 건기라서 흙탕물에 배가 얹히는 상황임에도 관광객은 끊이지 않아 고난의 국민들에게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도 그 이상의 배고픔과 고생이 있었지만 우리가 얼마나 잘사는 나라인지를 새삼 느꼈고 나가보면 모두가 애국자가 될 것이라는 교훈도 얻었다.

태국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동남아 최대 관광지로, 연 관광객이 2천600만명에 달한다. 1분 간격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은 북새통이었고 정부차원에서 관광수입의 30%이상을 재투자해 또다시 찾아 올 수 있는 볼거리를 만들어 간다고 한다. 비수기였지만 선상뷔페를 갖추고 2시간 남짓 도심의 강을 오가는 크루즈 선은 인파로 넘쳐 났고 수상시장의 작은 유람선도 인산인해를 이뤄 수로가 막힐 지경이었다.

우리가 캄보디아와 태국을 찾은 것은 관광 불모지인 포항의 볼거리 창출과 곧 시작될 포항운하시대를 맞아 운하를 오고 갈 각종 유람선 운항 계획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였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와 연계한 톤레삽 호수의 유람선이 성공을 했고 태국의 수상시장 또한, 그들의 생활을 상품화해 성공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또 왕궁을 비롯한 태국 고유의 건물들을 도심의 강 주변에 세워 창조적 관광인프라를 구축했다. 하지만 포항운하의 유람선계획은 단순한 뱃놀이일 뿐 주변과 연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흔한 유람선 한번 타기위해 포항을 찾을 관광객도 없을뿐더러 사계절 관광지와 그렇지 못한 우리의 여건은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들은 내수면을 이용하지만 우리는 그나마 바다를 겸해 운항하는 장점도 있지만 동해바다의 기상여건 또한, 녹록치만은 않아 며칠이나 운항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유람선을 타는 재미보다도 눈으로 즐기는 재미가 없으면 타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 야경을 더 확대하고 포스코 교량을 이용한 폭포를 만들어 조명을 더하는 등 최소한의 볼거리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또한, 1.5~2m의 얕은 수심 때문에 스크루활동으로 일어 날수 있는 침전물과 죽도시장 앞에 몇 십 년째 쌓인 퇴적오니와 악취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이러한 여건에서 성급한 결정과 과잉투자로 행여나 적자를 면치 못할 경우 보조금을 지원한다거나 선박자체를 인수해야하는 우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람선 몇 척 띄우는 것은 그리 급하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포항에 가면 무엇 무엇을 보고 나서, 배도 한번 타봐야 한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배는 부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준비 없는 의욕만으로 모처럼의 기회가 좌초되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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