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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 색깔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6-11 00:34 게재일 2013-06-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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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색깔은 흑백일까 컬러일까. 당신이 꾸는 꿈이 흑백인지 컬러인지 말해달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게 될 것이다.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지만 분명한 대답을 하긴 쉽지 않다.

수면심리학 분야의 한 연구자가 꿈 색깔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6년간의 공백기를 두고 두 번의 조사를 한 결과, 30세 미만의 젊은 층에서는 대부분이 꿈을 컬러로 꿨으며, 60대 이상에서는 대부분이 흑백으로 꾼다고 대답했단다. 흥미 있는 결과이다. 급변하고 다양한 색깔의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컬러 꿈을 꾸고, 상대적으로 색깔의 변화에 덜 노출된 시대를 산 사람들이 흑백 꿈을 꾸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 꿈 색깔은 어떨까. 꿈을 자주 꾸면서도 꿈에도 색깔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지나간 꿈속에서 계절이나 색채를 떠올리거나 그 분위기를 감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과거의 단편적 회상들이 비논리적으로 이어지는 게 꿈이다 보니 그 진행 자체가 들쑥날쑥해 색깔이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꿈이 선명한 색깔로 승화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정 꿈을 꿀 때는 총천연 시네마스코프가 될 때가 있다. 내 경우 유독 스무 살 시절의 회상 장면이 꿈에 나타나면 그렇다. 단풍 든 느티나무 군락, 친구의 자주색 카디건, 주인이 분명하지 않은 빛바랜 갈색 가방, 검은 연기를 뿜으며 달려가는 푸른색 버스 등이 꿈속에서나마 선명하게 보이곤 한다.

젊은이들은 컬러로 꿈을 꾸고 노년층으로 갈수록 흑백 꿈을 꾼다는 보고가 내겐 맞지 않는 말이 되는 셈이다. 내 식으로 말하면 특정 젊은 날의 회상은 컬러로 나타나고, 다른 일반적인 꿈에서는 색깔이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청춘의 추억만 유독 꿈속에서 총천연색으로 등장하는 건 그만큼 못 다한 꿈이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지배한다는 뜻일 게다. 사랑이든 열정이든 청춘의 이력이 분명한 색깔로 복기되는 한 희망의 꿈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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