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 운동 33회 기념식이 양분된 것은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다. 여야 수뇌부와 박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기념행사와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 단체가 참여한 기념식이 별도로 개최됐기 때문이다. 그 발단은 행사 주관 부처인 국가 보훈처에서 2011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행사에서 합창단의 합창은 가능하지만, 참석자가 일제히 부르는 제창은 금지했기 때문이다. 보훈처에서는 5.18 국가 기념가를 다시 제정해 보급하겠다고 했지만 광주 시민들과 사회 운동 단체들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 노래는 원래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정에서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씨와 `들불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용으로 제작된 곡이다. 고인들은 1982년 2월 광주 망월동 묘지에서 영혼결혼식을 치렀다. 소설가 황석영이 백기완의 시를 개작해 가사를 만들고, 당시 전남대의 학생 김종률이 작곡한 것이 이 노래다. 그 동안 이 나라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민중 의례`용으로 사용됐던 이 노래는 이제 민주 열사에 대한 추념 곡으로 대중화돼 어디에서나 애창되는 노래가 됐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 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물론 이 노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분명하다. 일부 보수층에서는 이 노래가 데모를 선동하는 좌파의 노래로 오해해 아직도 불온시하는 경향이 있으며, 진보 층에서는 이 노래가 당시의 민중항쟁이나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회상하는 노래로 즐겨 부른다. 그러나 이 노래에 대한 합창과 제창 논의나 공식 기념곡 지정 여부는 결코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서는 안 된다. 이 노래의 작곡 배경과 상징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5.18 기념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국가 보훈처의 5.18 기념곡 제정 방침에 대해 여야는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에서는 보훈처의 이러한 발상은 `5월의 광주 정신을 왜곡하고 훼손하려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여당의 김무성 의원까지 보훈처의 이러한 처사는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며, 이 노래를 5.18 공식 기념 곡으로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누가 보아도 보훈처의 이러한 처사는 시대에 뒤진 관료주의적 발상이며, 평지풍파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므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기념곡 제정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그것이 광주 민주화 운동과 5월의 상처를 치유하는 최소한 예의이다. 공식 비공식을 떠나 이 노래는 지금까지 근 30여 년 간 이 나라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의 상징 곡으로 애창됐기 때문 더욱 그러하다. 행사 기념 곡은 참여자 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보편적인 의식과 정서에도 맞아야 한다. 일부 진보 정당에서 이 노래를 애국가를 대신해 불렀다는 이유로 국가의 행사 주관 기관이 금지하겠다는 발상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처사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까지 행사장에 참여해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는 마당에 `임을 위한 행진곡`에 관한 논의는 광주의 아픈 상처를 들쑤시는 것이고, 결국 사회의 갈등을 부추길 우려마저 있다. 30여 년 전 광주의 비극이 아직 아물지 않는 현실에서 이러한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마땅하다. 그러므로 이 노래는 공식 기념곡이 되어 5.18 당시 고난과 역경, 그 두려움 속에서도 진실과 정의를 외쳤던 분들의 숭고한 용기에 대한 헌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역사의 당연한 순리이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 대통합의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