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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는 부부금슬의 묘약

등록일 2013-05-21 00:41 게재일 2013-05-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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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호 포항시장

예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늙어서 필요한 것`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여자가 늙어서 필요한 것 5가지는? 돈, 딸, 건강, 친구, 찜질방. 그렇다면 남자가 늙어서 꼭 필요한 것 5가지는? 첫째 아내, 둘째 부인, 셋째 집사람, 넷째 와이프, 다섯째 애들 엄마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여성호로몬의 탓인지 여우같던 아내가 호랑이로 변하고, 남자는 점점 기백이 사라지고 소심해진다고 한다. 늙어서 구박받지 않으려면 생존 전략이자 노후대책 중에 하나가 배우자를 잘 챙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전 세계적으로도 100세를 넘어 장수한 노인들을 보면 유독 부부금슬이 좋다고 한다. `금실`이라고도 하는 금슬(琴瑟)은 큰 거문고와 비파를 뜻한다. 물론 친밀하고 좋은 부부관계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나도 경상도 사나이라 가부장적인 면이 많았다. 아내에게도 자상한 표현에 서툰 남편이었고, 어릴 때 누나, 여동생 사이에서도 대장질은 내가 도맡아 했더니 커서도 동생들이 내 옆에 오는 것조차 무서워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부터 감사노트를 쓰면서 참 많이 변했다. 특히, 살을 맞대고 살다보니 아내 또한 내가 매일 노트에 뭘 쓰나 궁금하기도 한지 몰래 보는 아내를 감안해, 5감사내용 중에서 꼭 한 줄은 아내에 대한 감사를 적었다. 처음에는 아내 또한 내 감사메시지를 농담처럼 받아들였지만, 다음날 아침반찬이 달라졌고, 집안 분위가 바뀌었다. 감사노트를 쓰면서 집안에서 큰소리 한번 낼 일도 없어졌다. `감사`가 부부금슬을 좋아지게 하는 특효약이 된 셈이다.

오늘, 5월21일은 “둘(2)이 하나(1)이 되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부부의 날`이라고 국가 기념일로 정해졌다. 당초 `부부갈등을 치유하자`며 일부 종교단체에서 시작된 운동이 이제는 전국적인 운동으로 승화돼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처럼 사랑을 확인하는 날로 자리 잡고 있다.

사실 부부간의 불행은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는 게 많다. 서운한 말마디에 상대방을 비난하고 때때로 허물을 들춰 감정을 상하게 하고 마음에 골을 깊게 패이기도 한다. 반대로, 부부간의 행복 또한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 `나 만나서 밥하고 빨래하고 고생이 많다`는 몇 줄의 쪽지, 퇴근길 아내가 좋아하는 꽃 한 송이를 건네주는 손길에도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행복의 김은 모락모락 피어난다.

어느 부부나 드라마 못지않은 연애스토리가 있다. 나 또한 지금의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가슴앓이도 해보고, 잘 보이고 싶어서 만나서 함께 나눌 이야기 거리도 외우며 뜬눈으로 밤을 새운 적도 있다. “세상의 평화보다 가정의 평화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가정이 깨지면 세상의 모든 것이 불행이 된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가정이고, 해결도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훈으로 많이 쓰는 `가화만사성`도 한 뜻이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노후가 행복하려면 부부금슬이 좋아야 하고, 부부금슬이 좋으려면 서로에게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 `부부의 날`인 오늘 아내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감사합니다”라는 사랑의 고백을 한번쯤 해보는 것은 어떨까? 부부의 금슬도 행복한 노년도 미리 `감사`의 예방주사를 꾸준히 맞아야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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