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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의 아름다운 전통

등록일 2013-05-21 00:41 게재일 2013-05-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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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호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스승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계절이다. 매년 5월15일은 스승의 날 이라고 해 스승의 은혜를 감사하는 전통이 한국에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 주 재학생은 물론 이미 졸업한 제자들에게서 반가운 편지와 꽃다발 등을 받았다. 또 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는 가장 즐겁고 보람된 날이다. 특히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한 제자의 이멜 편지가 감동적이었다. 제자들을 보면서 스승을 생각했다면서 “부모가 돼야 부모를 더 생각하고, 스승이 돼야 스승을 더 생각한다”는 요지로 감사 인사말을 보내왔다.

`군사부일체`(스승은 부모와 같다)라는 한국의 전통적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는 참 아름다운 전통이다. 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런 사제지간의 정이 너무 아쉬웠다. 특히 서구권 국가에서는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가 원칙적이고 공식적인 관계여서 사제지간에 푸근한 정은 한국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문화가 점점 약해져 가는 것 같아 아쉽다. 특히 매년 졸업식 전에 하게 되는 사은회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70년대 필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사은회는 정말 큰 잔치와 같은 것이었다. 여학생들은 한복을 입고, 남학생들도 양복으로 정장을 하고, 교수님들에게 큰절을 하는 행사였다. 교수님들도 매년 기다려지는 행사이고, 졸업생들도 교정을 떠나는 아쉬움과 스승에 대한 감사를 진심으로 표시하는 그런 자리였다. 물론 그러한 행사가 여러가지 사회환경이 변한 지금 반드시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은회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사은회의 참석률이 떨어져 몇년 전에는 필자의 학과에서는 사은회 자체가 아예 없어진 적도 있었다. 사은회의 의미를 다시 홍보해 살려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의미는 축소돼 있다. 지금은 사은회가 없어진 대학도 꽤 있다고 들었다.

다시 시작되긴 했어도 여전히 사은회의 참석률과 의미는 작아졌다. 이건 아마도 대학 졸업식의 참석률이 떨어진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필자의 대학인 포스텍은 학교 규모가 작아서 졸업식의 참석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고, 행사 중 자리를 떠나는 학생도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러나 몇년 전 졸업식이 다소 길어지면서 일부 학생이 좌석을 떠나는 바람에 내빈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적이 있다. 그날 필자는 교수석에 있었는데, 하나 둘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는 졸업생들을 보면서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절대로 엄숙한 대학 졸업식에서 있어서는 안될 장면이지만 국내 대학 졸업식에서는 흔한 풍경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대부분의 국내의 대학 졸업식에는 대학원생만 자리에 앉고 학부 학생은 식장에 들어가지 않고 사진만 찍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졸업식에 와서 사진만 찍는다면 졸업에 대한 감회와 기억이 남아있을까.

서구의 대학에서 졸업식은 엄숙하면서도 온가족이 참석해 화기애애하게 치뤄진다. 모든 졸업생을 단상으로 불러 학위를 수여하고, 식이 길어져도 자리를 이탈하는 졸업생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축하연설도 여러 유명인사들을 초청하는데, 연설이 길어져도 모두 경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필자는 사은회의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을 고마워 하면서도 사은회의 전통도 계속 지켜지고, 졸업식도 좀더 화기애애 하면서도 권위있게 치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좋은 전통은 잘 지켰으면 좋겠다.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것은 필자가 여러번 칼럼에서 이야기한 글로벌화와 배치되는 게 아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우리 자신의 세계로 향하는 글로벌화는 서로 보완의 관계라고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전통이 많다. 그런 것들을 잘 지키는 것이 서구권 문화에 대한 우리 문화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글로벌화, 세계화에서도 차별화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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