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거장 잉마르 베리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산딸기`(1957년작)가 56년 만에 국내 개봉된다.
이 영화는 베리만의 작품 중 가장 친근하고 따뜻하다고 알려졌다. 영화에 담은 철학의 깊이를 굳이 헤아리지 않아도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여정과 감정 변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작품이다.
영화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 남자의 하루 동안 여정을 통해 삶의 본질을 오롯이 보여준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인간이라면 세상에 태어나 누구나 겪는 존재의 한계와 그로 인한 상처, 고통, 체념, 고독, 후회, 용서, 구원까지 삶의 총체가 녹아있다. 영화사에 남을 걸작으로 칭송받는 이유다.
`산딸기`는 `로드 무비`의 원형을 띠고 있다.
50년 동안 의사 생활을 해온 이삭 보리(빅토르 시외스트롬)는 명예 학위를 받기로 한 전날 밤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꿈을 꾼다. 불길한 느낌에 그는 학위수여식이 열리는 곳까지 비행기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자동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집에 와있던 며느리 마리안(잉그리드 툴린)이 동행하겠다고 나선다. 차 안에서 마리안은 시아버지에게 그동안 쌓인 불만을 쏟아내며 그가 너무나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며 차가운 사람이라고 직언한다. 살짝 충격을 받은 이삭은 길을 가던 중 예전에 살던 고향집에 잠깐 들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집 옆의 산딸기 밭에 앉아 유년 시절의 한 때를 떠올린다. 그 추억 속에는 첫사랑인 사라(비비 안데르손)가 있다. 회상에서 깨어나 다시 길을 떠나려던 순간 옛 연인 사라와 이름이 같은 젊은 사라와 두 청년을 만나 함께 여행을 하게 된다. 그러다 갑자기 마주 오던 차와 부딪혀 그 안에 타고 있던 이상한 부부와 조우하게 된다.
영화는 이렇게 흥미로운 여정을 펼쳐놓으며 주인공 이삭이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16일 개봉. 상영시간 91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