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드라마 `더 바이러스` 주연 활약한 엄기준…“하반기 뮤지컬 전념”
“제가 드라마를 많이 찍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야식 안 주는 데는 처음이었어요. 드라마 특성상 밤에 찍는 장면이 많았는데 야식을 전혀 안 주더라니까요. 배고파서 서럽기까지 했어요.(웃음)”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물었더니 대뜸 야식 타령이다. 뮤지컬에서,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배우 엄기준<사진>의 얘기다.
지난 3일 종영한 케이블 채널 OCN 드라마 `더 바이러스`에서 특수감염병 위기대책반을 이끄는 이명현 반장 역으로 활약한 그를 최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더 바이러스`는 생존율 0%의 치명적 바이러스에 맞서는 특수감염병 위기대책반의 활약을 그린 10부작 드라마로, 국내 드라마 중 처음으로 바이러스를 본격적으로 다룬데다 반전을 거듭한 극적 전개 등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전작 `유령`을 비롯한 기존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이 주로 차갑고 냉철한 캐릭터였던 것과 달리 이명현 반장은 `열혈 행동파`다. 엄기준은 “지적으로 보일 필요가 없어서” 그동안 드라마에서 줄곧 고수해 오던 안경도 벗었다.
“멍은 많이 들었지만 재미있었어요. 다음에는 액션 연기에 도전해볼까 봐요. 무슨 고생을 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지…. (웃음)”
`더 바이러스`는 열린 결말 탓에 `시즌 2` 제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눈과 코, 입, 귀에서 피를 다 흘렸는데 더 센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는 한 (시즌 2는) 힘들지 않을까요? 이번 드라마만으로 추억할 수 있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더 확실한 결말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마지막 방송은 못 봤는데 여지를 많이 둬서 그런지 깔끔하게 마무리가 안 된 것 같아요.”
“아직 드라마가 끝난 것 같지가 않다”던 엄기준은 `시즌 2` 제작시 합류 의사를 묻자 “야식을 주면 출연하겠다”며 웃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여인의 향기`, `유령` 등을 거치며 이제는 그의 뮤지컬을 보지 않은 시청자에게도 `엄기준`이라는 이름 석 자가 낯설지 않게 됐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팬 미팅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뮤지컬과 드라마를 병행하다 보니 `본업`이었던 뮤지컬은 다소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최근 몇 년은 `삼총사`, `잭 더 리퍼`, `몬테크리스토` 등 기존 출연작 위주로 무대에 서게 돼 뮤지컬 팬들의 아쉬움도 컸다.
“뮤지컬과 드라마를 병행하려니 한 해에 신작 한 작품을 하기도 힘들어요. 작년에는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이 유일한 신작이었죠. 공연은 두 달 정도 연습하고 해야 하는데 스케줄 맞추는 게 힘들거든요.”
그래도 올 하반기에는 두 번째 영화 출연작인 `이야기`(8월 개봉 예정) 홍보를 제외하고는 뮤지컬에 전념할 생각이다. 영화는 이미 작년에 촬영을 마친 상태다.
엄기준은 오는 9월 1930년대 실존했던 남녀 2인조 갱단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로 무대에 선다. 연말에는 10여 년 만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도 합류한다.
그에 앞서 다음 달부터 두 달 간 `몬테크리스토` 공연이 잡혀 있고, 8월에는 일본 도쿄에 있는 분카무라 오챠드홀에서 열리는 `삼총사` 공연도 대기 중이다.
“환갑이 지나도 계속 무대와 드라마, 영화를 병행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은 간택 받는 거잖아요.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제게 선택권이 없는 직업이죠. 일 잘해야 진급하는 것과 똑같은 문제 아닐까요? 그래서 `사고 치지 않고` 제 관리를 잘하고 더 열심히 연기 연습을 해서 환갑이 돼도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그 나이가 됐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