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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기술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5-07 00:11 게재일 2013-05-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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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게의 과일이 맛있을까? 동네 시장엔 대여섯 군데의 과일 가게가 있다. 처음 몇 번은 그게 그맛이려니 해서 눈에 띄는 아무데나 들른다. 한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한두 군데만 정해놓고 가게 된다. 그 집 과일이 가장 싱싱하고 맛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곰곰 생각하면 그 가게 주인의 응대 방식이 과일을 맛 들게 했다. 소비자로선 이 과일 싱싱해요? 맛있어요? 등의, 하나마나한 질문들을 습관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그때 하수인 주인은 살짝 짜증을 미간에 심거나 심할 경우 싱싱하고 맛있는지 만날 먹어보고 사오는 것도 아닌데 자신인들 어떻게 알겠느냐고 손님에게 면박을 주기도 한다. 고수일 경우 주인은 준비된 맛보기용 과일을 권하며 순한 낯빛과 부드러운 말로 긍정의 대답을 유도한다. 그 가게 과일이 맛있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실은 퉁명스런 집이나 친절한 집이나 그 과일이 그 과일일 뿐인데도 말이다.

대개 논쟁은 쓸모없다. 상대 입장에서 `네`라고 답하게 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최선의 방법이다. 맨발로 다니고 40살 넘어 대머리가 된 뒤에야 어린 신부를 만난, 일상생활에서는 젬병이었던 소크라테스는 현명한 설득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노련한 그는 `아니오`라는 말보다 `네`라는 대답을 이끌어내는 화법을 썼다. 상대편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도록 동의를 이끌어내는 질문을 했다. 상대가 극구 반대하던 사안도 어느새 긍정의 화답을 할 수 있도록 상대의 입장이 되어 동의를 구하는 질문을 했다.

내 맘속의 안달은 언제나 상대가 틀렸다고 고집부린다. 하지만 실제 대부분은 상대가 옳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심리적 간극을 메우려면 맨발의 소크라테스를 기억하는 것도 괜찮다. 부드럽게 질문하면 `네` 하고 상대는 동의하게 되어 있다. 그 단순한 방법을 고수는 실행하고 하수는 거부한다. 맛있는 과일은 과일 가게 주인에게 달려있지 과일 자체와는 별 관련이 없다. 무맛 나는 참외도 꿀맛 나는 것으로 믿게 하는 것이 사람의 힘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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